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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주일 인터뷰]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신부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5-04-22 수정일 2015-04-22 발행일 2015-04-26 제 2941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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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만으로 행복하기에 아무것도 아쉽지 않습니다”
열심한 개신교 신자
초등학교 교사로 살다 33세에 늦깎이 입회
“하느님 전사(戰士)로 살다  전사(戰死)하는 것이 소원”
“하느님만으로 행복하기에/ 활짝 열려 활짝 깨어 활짝 피어/ 온몸이 눈이, 귀가 된 봄꽃나무들/ 온몸이 눈이 되어 온몸이 귀가 되어/ 하느님을 보고 싶다 듣고 싶다/ 하느님만으로 만족하고 행복하기에/ 아무것도 아쉬울 것 없다 부족할 것 없다.”

성소주일, ‘성소’를 물으러 간 자리에서 이수철 신부(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는 ‘하느님만으로 행복하기에’라는 시를 꺼냈다. 4월 18일 아침을 맞으며 쓴 시다. ‘성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대신한 셈이다.

그의 ‘성소’는 특별했다. 성경 한권 들고 입대해 매주 예배에 참석했던 개신교 신자, 8년간 초등학교 교편을 잡았던 그가 사제가 된 것이다. 천주교 신자였던 동료 교사들의 권유로 1980년 개종을 하고 세례를 받았다. 1981년 견진성사를 받았고, 82년 만 33세에 성 베네딕도수도회에 입회했다. 서강대와 대구가톨릭대에서 공부하고, 88년 요셉수도원으로 옮겨 지금까지 그는 한결같이 살았다.

“교직생활 중 가장 큰 목표는 ‘내가 맡은 반 아이들은 행복하게 해주자’였어요. 아이들 사랑에 목숨을 걸었지만, 진리에 대한 투신에 있어 목마름이 있더라고요. 전 그것이 성소라고 봅니다.”

아직까지 교사였던 이 신부를 잊지 못해 찾아오는 제자들이 있다. 얼마 전에는 제자들에게 8년간 교직생활을 하며 거의 매일 기록해왔던 일기 25권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신의 일기는 물론, 제자들의 글과 사진, 편지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지금 매일 강론을 쓰는 것처럼 그때는 매일 일기를 썼다. 마음이 흔들릴 때는 일기를 찾아 읽어본다. 일기를 읽으며 젊은 시절 열정을 상기하고, 수도원에 입회하던 초심과 자세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는 교사시절부터 수도생활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한다. 부모들이 촌지를 놓고 가면 진정 어린 편지와 함께 조용히 돌려드렸고, 그 모습을 아니꼽게 보는 동료와 선배들을 하느님 섬기듯 대하며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성소는 ‘은총’이지요. 낯설고 힘도 들었지만 수도원에 들어와 배수진을 치고 살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느님이 밀어붙이신 거죠. 성소는 하느님의 부르심이고, 끌리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이에요. 성소의 신비입니다.”

수도자 성소의 감소에 대해서 그는 ‘욕심을 버리고 본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자들도 사람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본분에 맞게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수도원과 개인의 끊임없는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명은 거부할 수 없지만 하느님은 그 가운데 절제와 분별을 알게 해주십니다. 숫자에 개의치 말고, 겸손히 받아들이면 하느님은 성소를 보내주신다고 믿어요. 성소는 ‘선물’입니다. 하느님께 맡기고 사는 것, 어려워도 그 길밖에 없어요.”

그는 2009년 회갑을, 2014년 사제서품 25주년 은경축을 맞았다. 남은 소원은 앞으로의 시간도 성소를 만난 기쁨을 잃지 않고, ‘하느님의 전사(戰士)’로 살다가 전사(戰死)하는 것이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