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세월호 복원

김동기(사도 요한ㆍ서울 신월동본당)
입력일 2015-04-21 수정일 2015-04-21 발행일 2015-04-26 제 294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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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일으켜 세워야 하리라

여러 가지 답지 않은 요소들이 가득 찬 이 나라

세월호는 항해해야 하리라

애초에 그렇지 않았던가?

중고 배를 들여와 개조를 한다고?

개조답지 않은 개조에

허가답지 않은 허가

관리청답지 않고

해운회사답지 않고

선주답지 않고

종교인답지 않고

종교답지 않은 종교에서 탄생한

수많은 답지 않은 것들

구조는 또한 어떠하였던가?

선장답지 않고

선원답지 않고

구조대답지 않고

해경답지 않고

해운항만청답지 않고

해수부답지 않고

정부답지 않고

그들을 쓸어 넣을 바다가 아니라

“어린 학생들을 바다속으로?!”

뒤바뀌다니!

악한 자는 살리고

선한 자는 거둬 가는 것이

하느님의 뜻일까?

학생들은 왜 죽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죽어야 하는지?

자기 잘못으로 생각한 학생도 없지 않으리라

세월호는 일어나야 한다

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이 땅에

바름이 설 때까지

흉측한 몰골이라도

항해해야 하리라

어린 생명들 목 조르고

바닷물을 주입한 것은

파도 혼자만이 한 일이 아니리

배가 한 일도

유병언과 그 일족도

구원파도 아니리

우리의 온갖 탐욕의 손이 파도가 되어

그들을 수장시킨 것이리라

바다가 말한다

너희도 맛 좀 보라고

해일이라도 일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두를 바다에 쓸어 넣기 위해

어린 생명들을 향한 눈물

슬픔만으로는 부족하리라

노란 리본?

차라리 소금 주머니가 나을 것 같다

우리들 모두 입에 소금을 넣어야 하리라

그들의 죽음과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세상이 먹어야 할 소금을

어린 영혼들이 다 먹었다

세상이 느껴야 할 두려움

어린 영혼들이 다 느꼈다

세상이 마셔야 할 더러움

그들이 다 마시고 갔다

그런데 세상은 깨끗해지지 않았고

세월호보다 더 엉성한 배

한국호가 떠 있다

위태로움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김동기(사도 요한ㆍ서울 신월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