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방주의 창] 자비의 얼굴은 예수 그리스도 / 신정숙 수녀

신정숙 수녀(인보성체수도회 새감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5-04-21 수정일 2015-04-21 발행일 2015-04-26 제 294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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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열려 있으며, 믿어서 참행복에 이르게 하는 복음을 선포하도록 선택된 믿는 이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부활 두 번째 주일인 자비 주일에 특별한 초대장 하나를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실 것임을 알리는 칙서다.

왜 지금 이 시대에 희년의 선포가 필요한 것일까? 교황께서는 교회가 시대적으로 커다란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여 더욱더 강력하게 하느님의 현존과 가까이 계시는 표징들을 제공하도록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의 마음을 산란하게 만드는 이 시대의 여러 가지 현상들이 사실은 본질적인 것을 바라보는 능력을 일깨워 교회로 하여금 깨어 있으면서 자기 사명의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하려는 초대다. 그것은 주님께서 파스카의 날에 교회에 맡기신 것으로(요한 20,21-23 참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들을 치유하고 그들의 가장 깊은 갈망에 응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 바로 용서와 자비의 길을 제공하여 아버지의 자비의 표지요 도구가 되는 것이다.

복음의 핵심은 우리를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주시기 위해 당신 외아드님을 아낌없이 내어 주신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다(요한 3,16-17 참조). 우리는 그것을 사람들 가운데 보통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고 알게 되었고, 그분 안에서 믿게 되었다.

믿음은 마음의 응답이며, 행위로써 그 진실을 드러낸다. 희년은 믿는 이들인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여는 시간이다. 마음을 여는 것은 우리의 의지 또는 원함에 달린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 주시고, 우리의 마음 안에 당신의 빛을 밝혀주실 때만 가능하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때요, 자비의 때다”(2코린 6,2). 우리의 ‘한처음’인 아버지께로 돌아가 아버지를 닮은 모습으로써 자기 품위와 존엄성을 되찾고 아버지의 아들로 다시 서는 시간이다.

우리의 기쁨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기억하시고 찾아오심을 믿음에서 온다. 착한 목자께서 먼저 잃어버린 우리를 찾으러 오셨고 우리는 그분에 의해 되찾아진 존재들임을 아는 것, 아버지의 집으로 우리를 데려가기 위해 당신 어깨에 우리를 둘러메실 때 그분 사랑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느끼는 그 안에 있다. 아버지가 계신 곳이 자기의 거처임을 아는 사람들은 세상을 향해 품으시는 그분의 연민의 표지들을 포착할 줄 안다.

특히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 홀로 버려진 사람들, 아버지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거나 용서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한 사람들에게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가 더욱더 잘 드러남을 안다.

교황께서는 칙서 안에서 그 자비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선포하는 길을 제시한다. 헐벗고 굶주린 이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에게 마실 것을 주는 것, 낯선 이들을 환대하고 아픈 사람들을 낫게 하며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을 찾아보고 이웃의 고통에 동참하고 위로해주는 것이다(마태 25,42-43 참조).

또한 신앙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신앙을 가르쳐주고, 신앙을 의심하는 이들에게는 조언해주는 것, 무엇보다 먼저 용서하고 참고 견디는 사랑의 실천이다. 너무도 익숙하여 다 아는 것이라고 넘겨버리지 말자. 진리는 실천적 삶을 토대로 한다. 참으로 아는 것은 행위와 부합할 때, 체험과 함께 아는 것이다. 이 진리는 언제나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요한 8,32 참조).

하느님 자비의 전문가이신 성모님께서 우리의 눈을 열어주시어 우리가 받은 초대장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청하며 주 예수님께서 당신 자비로 우리 역시 자비의 증인들이 되도록 우리를 어루만지시고 변화시키시기를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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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숙 수녀(인보성체수도회 새감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