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창간 특집] 아시아 복음화와 한국교회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5-03-25 수정일 2015-03-25 발행일 2015-03-29 제 2937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순교자 열정으로 아시아교회 빛 되어라
아시아, 제삼천년기 복음화 주역으로

지금 보편교회는 아시아를 바라봅니다.

오늘날 “교회의 선교 활동은 주로 아시아를 향하여 이뤄져야”(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37항) 합니다. 유럽,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이어, “제삼천년기에는 이처럼 광대하고 생동적인 이 대륙에서 신앙의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아시아 교회」 1항)을 교회는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그 소명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한국 주교단의 교황청정기방문(앗 리미나)에 즈음해 아시아 복음화의 특별한 소명이 한국교회에 주어져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말씀하셨습니다.

“한국교회는 평신도에 의해 시작돼 순교자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졌습니다. 세상은 교활한 모습으로 교회를 위협하고 있기에 강한 신앙과 열정을 갖고 대응해야 합니다. 순교자의 열정으로 아시아 교회의 빛이 되어주십시요.”

어쩌면, 교황은 한국교회가 아시아, 나아가 세계교회에 신앙의 모범이 되고 그 빛으로 복음화에 기여하기를 바라시면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신 것은 아닐까요?

그럼 이제 한국교회는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합니까?

‘복음화’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500년 동안 서구 선교사들이 정치적, 경제적, 물리적 힘을 빌어 펼쳤던 ‘개종의 선교’ 역사는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아시아의 그리스도인은 3%도 채 안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복음화를 개종을 위한 선교 활동으로 이해하면 아시아에서 교회가 성장할 확률은 솔직히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안됩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통계와 숫자 너머’에 있는 아시아 민족들의 엄청난 영적 생명력을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안토니오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은 “아시아 교회가 양적으로 커지면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지만 “교회가 반드시 커야 할 필요는 없다”며 “순교자와 같은 역동적 증언이 이어지면 교회가 작아도 미래는 밝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선조들의 위대한 순교의 역사 안에서, 우리는 작은 교회들이 큰 증언을 해왔음을 봅니다. 그래서 아시아 교회는 희망입니다.

초대교회 정신으로 돌아가 나누고 섬기다

그러면, 참된 아시아의 복음화는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아시아의 오지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한 진지한 선교 사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난과 겸손과 정의와 사랑으로 충만한 공동체를 교회 안에, 그리고 이 세상에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 일을 아주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기쁨과 사랑과 평화가 충만한 이들이 겸허하게 아시아의 가난한 이들을 섬기고, 그분들의 깊은 종교문화적 감수성을 존중하고, 그분들의 삶을 위협하는 불의한 체제를 고발하고,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끊이지 않게 불러일으키는 일, 그것이 바로 복음화입니다.”

아시아 복음화는 곧 한국, 우리 스스로의 복음화를 달리 일러 하는 말일 것입니다. 이 선교 사제는 덧붙여 말합니다. “한국교회가 교세 확장이나 외형적 성장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초대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 순교하는 마음으로 가진 것을 나누고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을 섬긴다면, 복음화의 매력에 이끌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 땅 위에서 이미 천국을 맛볼 것입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