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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리미나 후속보도] 인터뷰 / 가정평의회 의장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

이탈리아 로마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5-03-25 수정일 2015-03-25 발행일 2015-03-29 제 293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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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와 연대·통교 이루는 과정 현대 가정 일으키는 중요한 기둥”
세속화·반생명적 문화 등으로 급속도로 와해되는 ‘가정 교회’
가정 복음화 위해선 본당-가정 유기적 관계 필수
한국 주교단은 2015년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Apostololum, 앗 리미나) 기간인 지난 3월 9~17일,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 각 성과 평의회를 연이어 방문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교황청 각 부서 관계자들은 한국교회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보편교회의 역량을 나누고 각 개별교회의 사목 비전을 공유하는데 적극적 태도로 나서, 활발한 소통의 시간을 이어갔다.

다음에서는 한국 평신도들의 신앙생활과도 직접적인 연대를 맺고 있는 교황청 가정평의회와 평신도평의회 의장의 인터뷰를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실천 방향을 공유한다

“가정 복음화를 위해서는 본당 등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각 가정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가정은 좀 더 교회적인, 본당은 좀 더 가정적인 모습을 갖추고 서로를 포용해야 합니다.”

교황청 가정평의회 의장 빈첸초 팔리아(Vincenzo Paglia) 대주교는 “공동체와 가정이 서로 연결돼 있을 때 가정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이는 텃밭으로 탄탄히 서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대사회 들어서 ‘가정 교회’는 급속도로 와해되고 있다. 일반 가정이든 그리스도인 가정이든 세속화와 반생명적 문화 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혼인을 늦추거나 아이를 갖지 않을 뿐 아니라 더욱 쉽게 낙태를 자행하고 노인들을 돌보지 않는 경향 등이 꾸준히 늘고 있다.

팔리아 대주교는 “교회가 가정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지 그리스도인들의 가정만을 염려해서가 아니다”라고 밝히고 “하느님은 모든 가정 공동체를 구원하시고자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러한 현실에 교회가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가정은 보다 급증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시대, 그 어느 때보다 가정사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우리에게 밖으로 나가 각 가정을 찾아가라고 적극 권고하십니다. 실제 상처입은 가정 안으로 들어가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가정 간의 간격을 좁혀, 외롭게 고립된 가정이 없도록 돌보라는 말씀입니다.”

아울러 팔리아 대주교는 “부의 추구, 성과주의 등의 세속화는 현대인들이 평일과 주일 관계없이 기계처럼 노동에만 집중하게 만든다”고 토로한다. 가정 교회가 한데 모여 전례에 참례하는 모습은 줄어들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힘겨워지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다.

이어 “현대 물질문명은 다양한 방법으로 주일을 방해하는데, 이른바 주일을 파괴한다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전례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유지하는 큰 힘”이라고 전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전례 참여 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체와 연대해 통교를 이뤄가야 합니다. 이것이 현대 가정을 일으키는 중요한 기둥입니다.

■ 가정평의회는…

가정사목을 촉진하는 대표 부서다. 각 지역교회의 가정사목 계획을 돕고 정보를 공유하는 구심점이 된다. 또 가정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확산하고 혼인과 가정 영성에 대한 연구를 격려한다. 인간생명을 보호하고 책임있는 출산 장려 활동들도 조정한다.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1970년 사제품을, 2000년에 주교품을 받았다. 지난 2012년부터 교황청 가정평의회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탈리아 로마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