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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간통죄 폐지를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시각

송영오 신부(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장)
입력일 2015-03-03 수정일 2015-03-03 발행일 2015-03-08 제 293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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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교회, 혼인을 ‘결코 풀릴 수 없는 상태’로 규정
부부가 서로에게 충실하며 ‘성화’ 도울 것 강조
올바른 가정·혼인 가치 되새기고 확산시킬 때
육체적 쾌락보다 사랑·가정 소중함 일깨워야
간통죄가 폐지됐다. 헌법재판소는 2월 26일, ‘성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변하고, 처벌의 실효성도 의심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간통죄를 규정한 형법 241조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일부일처주의 유지, 가족제도 보장, 여성 보호 등을 위해 간통죄를 존속시켜야 한다’, ‘성(性)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자유를 위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수십 년간 팽팽히 맞서왔다.

하지만 간통죄 유무에 관계없이 우리가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할 점은, 가정과 혼인의 올바른 가치를 되새기고 그 실천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장 송영오 신부 특별기고를 통해, 간통죄 폐지를 계기로 환기해야할 그리스도인의 시각과 역할을 짚어본다.

간통죄 폐지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간통죄 폐지로 제도적 결혼의 틀을 벗어난 무분별한 성행위가 난무하게 되고 부부라는 제도적 연결고리보다 개인의 성적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결혼을 부정적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염려가 드러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가정과 혼인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에 맡겨야지 형벌로 강제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사생활을 침해해 왔다는 결론을 냈다.

법조계와 여성단체에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강화되었다고 기뻐했지만, 일반 여성들은 당당하게 외도를 하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성적으로 교만하게 변해갈 남편에 대하여 걱정하고, 제도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여성의 민법상 안정권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시대의 변화가 간통죄 위헌으로 결정되었다고 얘기하지만 우리사회는 아직 유교의 뿌리가 남아있고 종교적인 신념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개신교나 불교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미 신자들이 지켜가야 할 십계명 중 하나인 제6계명이 ‘간음하지 말라’이다. 이미 우리는 지켜야 할 윤리적인 계명을 제시해 놓았고 신앙 안에서 부부윤리로 적시(摘示)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에서의 혼인은 하느님께서 맺어주는 것이며 “가정의 기본임무는 생명에 봉사하는 것, 창조주의 축복을 역사 안에 실현하는 것, 즉 출산을 통해서 하느님의 모습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가정공동체」에서 언급하고 있으며 성(性)은 혼인을 통해 “새로운 인간에게 생명을 전달하는 하느님의 협력자가 되는 것이 부부”라고 설명한다.

“남자와 여자가 부부에게만 국한된 정당한 행동을 통하여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성은 결코 순전히 생물학적인 것만이 아니고 인간의 가장 깊은 존재와 관련된다. 성은 남자와 여자가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자신을 완전히 바치는 사랑이다”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혼인을 무엇보다 중요한 사건으로 다루는 가톨릭에서는 “나 000는 당신을 내 남편으로 맞아 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항상 당신을 사랑하며 신의를 지킬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혼인약속을 하며 결코 풀릴 수 없는 불가해소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가톨릭에서는 이혼이 없다.

그러나, 간통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혼이 전제되어야 했다. 이혼소송을 먼저 진행한 후에 간통으로 고소를 해야 하는 것이 그동안 우리의 관례였다. 다시 말해 더 이상은 이 사람과 결혼생활을 지속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전제로 해야 간통으로 고소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혼소송이 진행중일때만 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간통죄 폐지는 죄형법정주의에서 보면 과잉금지원칙이 적용된다. 개인의 일에 국가가 너무 끼어들면 좋지 않다는 형법의 보충성에 의해서 ‘윤리나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될 일이지 형법이 나서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제 부부간의 간통죄는 법으로 통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윤리와 도덕적 문제로 종교적 신념과 가치 안에서 인간사회를 지켜가는 하느님의 법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 됐다.

굳이 간통죄 폐지에 따른 교회의 입장을 논한다면, 사회적인 법의 테두리가 신앙적인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혼을 전제로 했던 간통죄는 이 사회를 지탱하던 형법의 통념이었을 뿐, 이혼이 없는 우리 교회법 안에서 더 큰 신앙의 가치로 계명을 지켜가는 신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성(性)적인 존재이지만 단순히 육체적으로 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영적인 의미로 승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9계명인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는 계명을 통해 부부 서로가 마음과 몸의 정결을 지키고 서로에게 충실하며 서로의 참된 존엄성을 향유하면서 같은 애정과 같은 생각을 통해 서로를 성화시키기 위해 6계명의 간음죄의 행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행위로 향하게 하는 마음까지 다스려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에페 5,3).

지금까지 교회는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가정을 통해 하느님 창조사업의 계승자로 인격적 행위 안에서 서로에게 서로를 내어주는 사랑을 하기에, 상호간의 의무와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이젠 이러한 교회 가르침이 간통죄 폐지로 결혼제도와 부부 사랑을 약화시키고 육체적 즐거움만을 향유하려는 이기적인 풍토로부터 소중한 가정을 지켜가야 할 척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종교적 신념·가치 안에서 부부윤리를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수원교구 감골본당 혼인갱신식.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송영오 신부(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