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수행 맡았던 정제천 신부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5-03-03 수정일 2015-03-03 발행일 2015-03-08 제 2934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가난한 이에게 배우라” 실천하길
‘섬기는 마음’ 드러낸 교황 모습에 감동
방한 메시지에 구체적 응답 모색 중
17일 관련 특강 마련
섬기는 자세로 살아가는 교황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는 정제천 신부. 방한 중 교황이 남긴 메시지에 구체적으로 응답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 박영호 기자
“교황님께서 떠나신 후, 한국교회는 별 변화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뭐하고 있었나’ 자문을 해보니 굉장히 부끄럽더군요. 이제는 제가, 우리 형제들이 교황님 말씀처럼 가난한 이들에게 배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예수회 한국관구는 지난 2월 초 총회를 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가르침을 실천할 방법을 논의했다. 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조직하고 교황이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사람이 되자!”라는 메시지에 구체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러한 논의는 지난해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수행비서 겸 통역 담당이자 현재 예수회 한국관구장인 정제천 신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정 신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교황님과 함께한 100시간이 주는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다”며 “예수 그리스도가 으뜸인 교회를 구현하길 바라는 교황님의 마음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교황 방한 기간 동안의 경험과 의미를 오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님 곁에서 100시간’ 주제로 예수회센터에서 열리는 특별강좌에서 풀어놓을 계획이다.

특강에 앞서 정 신부는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교황 방한 직후 수많은 언론매체들의 인터뷰 요청을 전부 거절한 그였다. 현장의 감동을 ‘잘 닦여진 유리처럼’ 투명하게 전달하고 싶지만 혹여 그 뜻이 왜곡되거나 희석될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정 신부는 “교황님에 대해서는 덧붙일 것도 뺄 것도 없다”면서 “매일의 삶을 지켜보고 있자면 그분께서 예수님의 삶을 오롯하게 보여주기 위해 수도자, 사제의 길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갔다고 정 신부는 설명했다.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식사 자리에서 우스갯소리로 일행들에게 웃음을 선사했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이호진씨에게 직접 세례를 주기도 했다.

“자상한 분이셨어요. 섬기는 마음으로 살아가시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어요. 교황님 곁에 있으면서 저에게도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심어진 것 같아요.”

그는 인터뷰 중에 교황이 친필로 작성한 서한을 공개했다. 교황의 애정이 듬뿍 담긴 서한에는 “정 신부가 보여준 형제애에 고맙고 여러 가지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며 “이냐시오 성인처럼 자비가 넘치는 관구장의 직무를 수행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예수회 총장 아돌포 니콜라스 신부 추천으로 수행비서 겸 통역을 맡게 된 정 신부는 갑작스러운 임명에 당황스러웠지만, 교황의 메시지를 올바로 전하기 위해 남모르게 노력했던 속사정도 고백했다. 방한 기간을 앞두고 교황의 주교 시절 연설을 유튜브로 공부하고, 과달루페 외방선교회 공동체에서 열흘 간 생활하면서 실전 연습을 한 것이 도움됐다고 설명했다.

교황 방한 이후 정 신부는 지난 6개월 간 한국관구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임했다. 전국에 있는 예수회 공동체를 방문하고 형제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마다 교황이 직접 보여준 리더십을 떠올렸다.

그는 “사랑으로, 자비로운 마음으로 자신의 소임을 수행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것임을 배웠다”며 “또한 교황 방한을 통해 받은 은총을 나누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의 02-3276-7733 예수회센터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