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단식과 금육 / 김신혜 기자

김신혜 기자
입력일 2015-03-03 수정일 2015-03-03 발행일 2015-03-08 제 293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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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주님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시기. 신자들은 자신의 희생을 통해 그리스도 말씀을 실천하는 데 노력한다. 그의 일환으로 사순시기 금식과 금육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단식과 금육을 하는 이들이 있다. 사순기획 취재에서 만난 쪽방 주민들이다.

이들에게 단식은 그리스도인이 실천하는 것과 다른 의미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혹은 예수 그리스도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굶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경제적인 형편이 되지 않아 굶는 것이다.

하루 한 끼를 먹기 위해 무료 급식소 앞에서 배식시간 1~2시간 전부터 줄을 선다. 이곳을 찾는 하루 행려인은 300여 명. 급식소가 없다면 하루 한 끼조차 먹지 못하는 사람들 숫자이기도 하다. 따뜻한 국, 갓 지어낸 밥, 반찬 몇 가지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은 흔한 정경이다. 무료 급식소에서 그나마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이곳마저 없다면 굶는 이는 더 많을 것이다.

쪽방에는 밥솥, 가스버너 등 주방식기를 힘들게 갖췄지만 쌀이 없어 밥을 해먹을 수 없다. 집주인이 가스버너 사용을 하지 못하게 해 음식을 먹지 못한다. 참치, 김 등 기업 지원 물품 나눔이 있어야 그나마 식사 해결이 가능하다.

사순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교회는 40일 동안 단식과 금육을 통해 절약한 것을 모아 두었다가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야 한다고 권고한다. 단순히 단식과 금육에 그치지 말고 교회의 권고를 생각하며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어떨까.

김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