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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 아카데미] 교회는 왜 안 된다고만 하나요?

김성수 신부
입력일 2015-02-24 수정일 2015-02-24 발행일 2015-03-01 제 2933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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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낙태 반대·사형제 폐지 등
생명 문제에 신앙인 솔선 필요
‘교회 가르침’ 이해 노력 병행을
일러스트 조영남
신자들조차 교회의 가르침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올바로 실천하고 가르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신자들이 신앙을 장식품처럼 생각해서 삶의 진지한 문제에서는 교회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꼽아보면 이렇습니다. ‘사형제도 폐지, 낙태 반대, 치료 목적을 제외한 인공피임과 피임약 금지, 안락사 반대, 동성 간의 성행위 반대’와 같은 것들입니다.

얼핏 보기에 서로 다른 주제 같기도 하고, 하나같이 교회의 가르침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주제들입니다. 사회교리에서도 가정과 관련한 부분에서 이 문제들을 다룹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사형제도와 관련하여서는 저런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고, 그렇게 벌을 줘야 다른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된다고 합니다. 낙태나 피임은 교회가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요즘 세상에 아이를 낳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렇게 무책임하게 낙태와 피임이 안 된다고만 말할 수 있느냐고 말합니다. 저렇게 고통 받는 것을 보느니, 안락사를 통해 빨리 저 세상으로 보내주는 것이 인간적이지 않느냐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동성애 행위를 하더라도 성적 취향을 존중해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이에 대한 교회의 입장 바탕에는 사회교리의 첫 번째 원리인 ‘인간 존엄성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와 참여의 핵심인 ‘자유’가 있습니다.

교회가 인간이 고통 받는 상황을 외면하거나, 단지 글자로 안 된다고 규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고통 받고 일그러진 최후의 순간, 바로 그 모습까지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모습이고 그렇기에 생명이 소중함을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예수님 십자가의 신비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그 때문에 교회는 아무리 죄가 크고, 고통스럽고, 기르기 어려워도 사형과 안락사와 낙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사회교리에서 인간의 자유는 제멋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라, 바로 이 인간 존엄성을 선택하는 자유,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고, 그분을 닮은 모습으로 사는 자유입니다.

피임과 동성애도 이런 맥락에서 보아야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성’(性)이 인간 생명과 떨어질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모두 성관계에서 생명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성 간의 성행위와 인공적인 피임은 이 둘을 인위적으로 분리시킵니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 없이 오로지 쾌락만을 추구하면서 이를 ‘자유’라고 말합니다. 교회가 가르치는 피임은 가임기에 성관계를 절제하는 자연피임입니다. 이는 생명과 성을 분리시키지 않고,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한 절제와 희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내가 동성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동성 간의 성행위를 통해 쾌락을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의 가르침을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정한 의미와 바탕에 깔린 생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신자들에게 필요합니다. 사제들과 수도자들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단죄할 것이 아니라, 먼저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함께 십자가를 지자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에 사회교리는 우리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교회가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성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