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사형제도 폐지에 뜻 모으자

입력일 2015-02-24 수정일 2015-02-24 발행일 2015-03-01 제 293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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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2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형제도폐지특별법 입법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사형폐지를 염원하는, 한국교회 현직 주교 26명 전원을 비롯한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8만5637인의 서명이 국회에 전달됐다.

교회가 앞장서고 있는 사형제도 폐지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국제사면위원회 등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전 세계 198개국 중 오직 22개국만이 사형을 집행했으며 사형집행국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전 세계 국가 중 140개 나라가 법률적 또는 실질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볼 때 국민 여론이 사형제도 폐지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당장이라도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사형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적잖게 변화돼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 같은 변화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노력해온 이들의 힘이 적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그동안 사형제도가 폐지된 국가들의 선례를 볼 때 많은 국민들이 사형제도 폐지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수 선각자들이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사형제도 폐지라는 결실을 일궈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사형제도가 공동선을 증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떨쳐버릴 때다. 사형이라는 손쉬운 제도에 기대 사회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유혹을 떨쳐버려야만 보다 인간적인 삶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더욱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사형제도는 하느님의 뜻과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생명적인 제도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