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방주의 창] 하느님 사랑을 향해 돌아설 때 / 신정숙 수녀

신정숙 수녀(인보성체수도회 새감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5-02-24 수정일 2015-02-24 발행일 2015-03-01 제 293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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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는 무관한,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젊은이가 이슬람 무장단체에 자기 발로 넘어갔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매체들을 접하다가 그 젊은이가 오랫동안 홀로였다는 사실에 눈길이 멈추었다. 학교를 자퇴하고 주로 집에서 지냈다는 그는 동생 외에는 부모와도 거의 대화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긴 인생의 여정을 두고 한참 꿈을 꿀 나이, 그로 인해 고민과 고뇌 또한 가장 많을 시기의 그 젊은이가 결정적 선택을 하기까지의 의논 상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익명의 ‘사람들’이고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서라는 사실이 생각과 감정을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그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그를 두고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들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그때 문득 떠오른 말씀이 있었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은 좋지 않다.”(창세 2,18) 왜 혼자인 것은 좋은 것이 아닐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하느님 계획안에 있는 인간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행하신 가르침 안에서 그 대답을 준다. 사람이 혼자서는 인격의 본질을 완전히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위하여’ 존재하는 관계 안에서 인간은 자기실현과 완성에 이르게 되고 행복하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기로” 결정하셨다. 이 ‘알맞은 협력자’를 대면하여 그것에 이름을 붙여주면서 창세기의 인간은 자기가 누구인지, 무엇하는 존재인지를 인식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알고 남을 사랑하는데서 인간은 행복을 얻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서로 외딴 섬처럼 살아간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사순절 담화를 통해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현실적인 유혹, 그래서 맞서 싸워야 할 난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무관심의 세계화’, 즉 다른 사람을 무정하게 내치는 문화, 가장 깊고 참된 관계들을 손상시키는 문화임을 분명히 하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동등한 존엄성을 지닌 존재들로, 인류 안에서 형제자매들로 인식되지 않고 그저 대상들로 여기는 문화, 자유로워야 할 인간 존재가 유행의 노예, 권력의 노예, 돈의 노예, 때로는 심지어 종교의 탈선 형태의 노예가 되게 만드는 노예의 문화의 위험을 경고하신다. 이런 것들은 참된 선을 볼 수도 없고 행할 수도 없으며 평화를 추구할 줄도 모르는 썩어빠진 마음에 의해 은폐되고, 인간성을 피폐화시키는 폭력의 사슬을 형성한다.

사순 시기는 하느님과 이웃에게 무관심하지 않고 자신 안에 갇혀 있지 않도록 “마음을 찢는”(요엘 2,13) 때이자 “은혜로운 때”다.(2코린 6,2) 역사가 끊임없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해답을 발견하기 위해 하느님의 사랑을 향해 돌아서야 하는 때다.

살펴보자. 혹시 하느님과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잊어버리고, 나의 역사와 필히 연결되어 있는 멀고 가까운 세상사에 무관심하지는 않는지. 귀를 기울이자. 관심과 도움, 사랑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연약한 소리들에. 기억하자.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크신 계획안에서 움직이시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무한한 사랑과 섭리로 안배하시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심을. 그분 마음속에는 우리 각자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그 안에서만 내 마음 또한 평화를 누리고 쉴 수 있음을.

세상과 내 주위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알리자. 하느님은 자비가 가득한 우리의 아버지이시며,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와 ‘한 몸’임을. 그래서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고,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한다”(1코린 12,26)는 사실을.

신정숙 수녀는 현재 인보성체수도회 새감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대전가톨릭대학교 산하 혼인과 가정을 위한 요한 바오로 2세 신학원에 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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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숙 수녀(인보성체수도회 새감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