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2월 테마 - 선교] “성당에 한번 나오지 않겠어요?”

한치상(라파엘·의정부교구 고양동본당)
입력일 2015-01-27 수정일 2015-01-27 발행일 2015-02-01 제 293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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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본당에서 남성총구역장으로 임명되면서, 임기 내 실천사항으로 3가지를 실행해 보겠노라고, 주임신부님과 교중미사를 참례한 교우들에게 말씀드렸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전 신자가 참여하는 100일 동안의 전교운동으로 300명을 새로운 식구로 맞아들이자는 것이었습니다. 단체장으로서 주어진 봉사 외에 새로운 일을 하나쯤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안성 대천동 본당에서 1000명의 예비신자들이 영세를 받았다는 신문기사를 접하는 순간, “아! 그래, 우리도 해보자.”

우리는 본당 실정에 맞게 300명을 목표로 정하고, 3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3년 1월에 ‘1인 1명 선교하자’는 구호 아래, ‘전 신자가 참여하는 선교활동 100일 운동’을 전개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고양동 일대 6곳에 선교 현수막을 내걸고, 입교홍보책자, 홍보물품 제작 등 바쁜 나날이었지만, 마음만은 항상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적극적인 선교방식이 천주교식 선교방법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거리로 나섰습니다. 성당을 출발한 봉사자들은 흘러내리는 어깨띠를 추스르며 한 손에는 입교홍보책자를, 다른 한 손에는 성당로고가 새겨진 볼펜을 한 움큼씩 들고는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입이 열리질 않아 살며시 건네주기만 할 뿐, 성당에서 나왔다는 말도 하기 쑥스러워 했습니다. 그 쑥스러움도 잠시 한 번 열린 입은 어느새 두려움 없이 선교하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야호!”하며 감격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모두들 자기가 처음으로 받은 입교 신청서를 신기한 듯 보며, 동료에게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서서 기다리기보다 같이 걸으며 선교하기도 하고, 인근 건물 상가와 노인정, 공원 등 찾아가는 선교를 자연스럽게 할 정도였습니다.

매주 교대로 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파라솔을 설치하고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며 잠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다보면 뜻하지 않게 자신이 냉담교우라는 고백을 듣기도 했습니다. 운전 중 차를 세워 성당 위치를 묻는 사람, 성당은 다니고 싶은데 가자고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람. 반대로 입교홍보책자를 받아들고 몇 걸음 가지 않아 땅에 버리는 사람, 대꾸도 안하는 사람, 쌀쌀맞게 돌아서는 사람….

매주 40~50여 장의 입교 신청서를 받아들고 환호성을 지르던 날. ‘목표달성은 무난하겠구나’하는 안도감도 잠시, 전화번호가 안 맞거나 다른지역에 산다는 사람, 다음에 오겠다는 사람…. 입교 신청서는 마냥 종잇조각에 불과한 것일까? 본당 전 신자가 참여하여 심혈을 기울여 얻은 결과물이 이렇게 초라하다니…. 그래도 고양동 본당 형제·자매님들은 가두선교에 최소 2번 이상씩 참여하며 “성당에 한번 나오시지 않겠어요?”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주님의 큰 은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가두선교 후속작업으로 짝수 달 둘째 주에 본당 인근 거리 청소를 시작한지 1년이 넘었습니다. 교중미사 후 약 3시간 동안 40~70여 명의 본당 신자들이 봉사하고 있습니다.

“선교는 이웃을 하느님께 이끌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성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선교가 활성화된 본당은 활기가 넘치게 된다는 매우 소중한 점을 배웠습니다.”

한치상(라파엘·의정부교구 고양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