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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빈민사목위, 순화동 천막농성장서 미사 봉헌

김근영 기자
입력일 2015-01-27 수정일 2015-01-27 발행일 2015-02-01 제 2930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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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들 곁을 지켜야 합니다”
서울 빈민사목위가 1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재개발구역에서 ‘순화지구 철거민과 함께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강서 신부 뒤편에 철거민들의 천막이 보인다.
“재개발로 한 가장은 죽었고, 또 한 가장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됐습니다. 원인 제공자들인 조합과 건설사 측은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합니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1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재개발구역 2번 출구 앞 천막농성장. 지난 2009년 용산참사로 동료를 떠나보낸 지석준(안드레아·44)씨 말에는 살아있는 자의 슬픔과 함께 뚜렷한 소명의식이 배어 있었다.

지난 2007년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운영하던 장어요리점을 강제철거당한 지씨는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남일당 망루에 올라 점거농성을 벌이던 중 부상을 입고 현재까지 목발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씨는 8년 가까이 생존권을 요구해오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난 1월 18일 오후 7시경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유영숙(루치아·55)씨도 천막농성에 함께했다. 용산참사 당시 부상 당한 지씨를 부축한 사람이 바로 유씨의 남편 윤용헌씨였다. 윤씨는 한식당을 강제철거당한 뒤 “내 권리를 찾겠다”고 나섰지만, ‘그 날’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경찰과 대치 도중 숨졌다.

천막농성 5일째 되던 날 1.5평 남짓한 천막 앞에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임용환 신부)는 이강서 신부(서울 삼양동선교본당 주임)와 서영섭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주례로 ‘순화지구 철거민과 함께하는 미사-여기 사람이 있다’를 봉헌했다. 삶의 자리에서 쫓겨난 순화지구 철거민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다.

수도자와 평신도 등 30여 명이 함께한 이날 미사강론에서 이강서 신부는 “초라하고 별 볼일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첫째 힘은 기억이며, 둘째 힘은 연대”라며 “기도는 내 한 몸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억울하게 짓밟히는 사람과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빈민사목위원회 주관으로 이날부터 시작된 ‘순화지구 철거민과 함께하는 미사’는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같은 자리에서 계속 이어진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7시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리는 ‘용산 생명평화 미사’도 변함없이 계속된다.

김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