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신나고 힘나는 신앙-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해설] (103) 성경 안에서 만나는 기도의 달인 (20) - ‘성공한 넘버 투’ 여호수아(상)

차동엽 신부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5-01-27 수정일 2015-01-27 발행일 2015-02-01 제 2930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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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느님의 힘으로 전쟁한다”
■ 후계자 양성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했던가. 걸출한 인물 여호수아의 입신 배후에는 위대한 스승 모세가 있었다. 나이 80세를 넘긴 고령에 불리움받은 모세는 미리서부터 후계자 감을 골라 치밀하게 양성하기 시작했다. 발탁된 인물은 여호수아였다. 모세는 그를 어떻게 큰 지도자로 양육했을까.

첫째, 동행 멘토링을 하였다. 모세는 여호수아를 중요한 자리에 동행시키면서 보고 배우게 했다. 그리하여 여호수아는 모세의 본보기를 보면서 하느님의 말씀에 경청하는 법, 하느님의 권능을 끌어들여 카리스마를 부리는 기도법, 백성을 영도하는 법 등을 터득하게 되었다.

둘째, 실전훈련을 시켰다.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많은 전쟁국면을 경험케 했다. 모세는 아말렉과의 전투(탈출 17,8-16 참조)같이 아주 중요한 전쟁이나 가나안 정탐(민수 13장) 같은 오지 답사에는 꼭 여호수아를 투입해서 경험을 쌓게 하여 유사시 비상통솔력을 함양시켜 주었다.

셋째, 하느님의 재가를 확인했다. 자신의 시대가 마감될 것을 예감하면서 모세는 이렇게 기도했다. “하느님 야훼여, 회중을 거느릴 사람을 세워주십시오”(민수 27,16). 이 기도에 하느님은 여호수아를 가리키면서 “쟤다” 하고 찍어주셨다. 미리 인물을 양성한 모세의 식견은 이로써 재가를 받은 셈이 되었다.

이른바 ‘넘버 투’ 곧 ‘2인자’의 싹을 떡잎부터 잘라버리는 것이 매정한 세속의 속성임을 감안할 때, 모세의 후계자 양성은 하느님 중심의 사고방식이 아니고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 천기누설

비상한 영도력으로 40년간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던 모세, 정작 그는 예리코의 맞은 편 피스가 산정에 올라가 약속된 땅 가나안을 바라볼 뿐 그곳을 들어가지 못했다. 그가 죽을 때에 그의 눈은 흐리지 않았고 그의 기력은 쇠하지 않았지만(신명 34,7 참조), 하느님의 분부대로 일백이십 세의 나이로 죽음마저도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로써 여호수아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그에게는 말 못할 고충이 있었다. 바로 거목 모세의 그늘이었다. 선임자가 대업을 이루면 후임자는 고달픈 법. 여호수아는 은근히 주눅과 강박에 시달렸다. 이를 통찰하신 주님께서는 여호수아에게 격려의 말씀을 주신다.

“나의 종 모세가 죽었다. 그러니 이제 너와 이 모든 백성은 일어나 저 요르단을 건너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주는 땅으로 가거라. 내가 모세에게 이른 대로, 너희 발바닥이 닿는 곳은 다 너희에게 주었다”(여호 1,2-3).

이렇게 사명과 약속을 새로 내려주시면서, 고금에 통할 만사형통의 비밀을 계시하신다.

“오직 너는 더욱더 힘과 용기를 내어, 나의 종 모세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율법을 명심하여 실천하고,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면 네가 어디를 가든지 성공할 것이다”(여호 1,7).

이로써 ‘처세술’이 아닌 ‘처세원리’가 천기누설된 셈이었다. 이 말씀에서 ‘율법’은 삶의 법칙에 속한다. 바꿔 말하여 생명의 원리다. 원리는 순리나 법칙과 한 통속인 말이니, 요행수나 운세와는 달라서 “동일한 조건에서는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는 믿음과 희망을 준다. 따라서 이는 강제적인 의무가 아니라 누구든지 행복과 성공을 원하는 이라면 가야 할 길이다. 그 길대로 가면 그 과정에서 반드시 자유, 축복, 생명을 만난다. 그래서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법칙을 붙들고 살면 성경 말씀대로 “어디를 가든지 성공한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여호수아는 이 말씀을 평생 모토로 삼고 곧이곧대로 이행했다. 그는 스승 모세에게서 겸손과 순명을 배웠던 것이다. 그러기에 여호수아기에서 그를 줄곧 따라다니는 후렴구는 “주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였다”이다. 이는 가나안 정착 과정에서 여호수아가 대업을 이루게 된 비결이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바쳤을 그의 기도소리가 우리의 새벽을 깨우는 듯하다.

“율법이건 날 말씀이건, 순명하면 대박, 거스르면 쪽박.”

율법의 하느님, 말씀의 하느님!

이는 주님께서 제게 일찌감치 일러주신 만사형통, 승승장구의 비밀.

당신께서 모세를 통해 저희에게 주신 10계명은 하자율 0% 인생사용설명서요,

‘잔머리’ 처세술과는 종자부터 다른 ‘큰머리’ 처세원리.

소자 기억합니다, 40년 주야장천 모세 사부 따르며 두 눈으로 본 것들.

소자 잊지 않습니다, 40 성상 모세를 통해 일어난 숱한 기적들.

그 전말은 단순무식한 한 문장!

“율법이건 날 말씀이건, 순명하면 대박, 거스르면 쪽박.”

율법의 하느님, 말씀의 하느님!

소자 새벽부터 일어나 추상같이 ‘예와 아니오’를 가르오니,

에누리 없는 법리로 생과 사, 흥과 망, 승과 패를 갈라 주소서.

시방 즉시 ‘주님 말씀 명심하여 실천하고, 우로도 좌로도 벗어’나지 않으려 하오니,

오늘의 만사(萬事), 약속된 형통(亨通)으로 미리 봉인하소서.

스펙으로 안 되고, 힘으로도 안 되고, 재주로도 안 되고, 온갖 지모로도 안 되는 것,

주님 마음 헤아리는 순명으로는 되오니,

오늘, 백성의 명운이 달린 큰 전쟁의 날,

소자 말씀 묵상으로 새벽을 여나이다.

율법이건 날 말씀이건, 순명하면 대박, 거스르면 쪽박!

할렐루야, 아멘.

■ 놓칠 수 없는 두 가지 명장면

드디어 이스라엘 백성은 요르단 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 가운데, 두 가지 명장면을 우리는 놓칠 수 없다.

첫 번째 장면은 요르단 강을 건널 때 계약의 궤를 멘 사제들을 선봉에 세우고 행렬하는 모습이다.

특공대가 아니라 전투력 제로인 성직단을 앞세우니 시쳇말로 ‘해괴한’ 일이 일어났다. “강물이 강둑처럼 멈추어”서고, 모두가 “마른 땅을 걸어서” 건너가는(여호 3,16-17 참조) 기적을 겪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스라엘 민족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선다. 바로 그 다음날부터 “하늘에서 만나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성경은 기록한다(여호 5,2-12 참조). 40년이라는 긴 방랑의 세월이 바야흐로 끝을 맺었다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것은 예리코 성을 함락시키는 장면이다. 이 역시 사제들의 특수 임무에 의해 이뤄진다. 알다시피 예리코 성은 쳐 이긴 것이 아니었다. 역시 나팔을 든 사제들을 선두로 하여 계약의 궤를 앞세우고 군사들이 그 뒤를 따르면서 그냥 성 주위를 돌았을 뿐이다. 이렇게 6일 동안 뱅뱅 돌고, 7일째 되는 날 사제가 부는 나팔 소리와 함께 군사들이 소리를 질렀더니 무너졌던 것이다(여호 6,20 참조).

이는 여호수아 자신의 결정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시였다. 여호수아는 판단을 중지한 채 믿음으로 이행했을 따름이었다. 그러기에 요르단 강을 건넌 직후, 전쟁준비를 하는 대신, 하느님의 분부를 따라 할례와 파스카 축제를 치렀다. 이는 “오직 하느님의 힘으로 전쟁한다”는 믿음의 발로였다.

차동엽 신부는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 사목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및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차동엽 신부 (미래사목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