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71) 눈물 나도록 우스운 헌혈 사건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5-01-27 수정일 2015-01-27 발행일 2015-02-01 제 293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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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수도원의 후배 신부님의 생생한 실화입니다. 어느 날 신부님은 약속이 있어 외출을 했고, 볼 일을 본 후 약속 장소에 갔더니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답니다. 뭘 하며 기다릴까, 두리번거리는데, 근처에 헌혈 건물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순간 ‘헌혈을 하면 좋겠다!’

그래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몇몇 있었답니다. 간단한 접수를 한 후, 혈관이 잘 나오게 하려고 헌혈할 팔의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기다렸습니다. 몇 분 후에 자기 차례가 되어 간이침대에 누웠답니다. 약속 시간을 맞추고자 헌혈을 빨리하려고 계속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간호사 분이 오더랍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머, 참 잘 생겼네요.”

이 말을 듣고 그 신부님은 겸연쩍은 듯 웃으며,

“제가 좀 생겼죠! 뭐, 그런 말을 자주 듣기는 해요, 하하하!”

그러자 당황한 간호사는

“아, 그게 아니라, 선생님 혈관이 너무 선명하게 잘 보여서 혈관 보며 한 말인데!”

순간 신부님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창피함과 함께 거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을 보며 키득키득 웃는 것처럼 느껴지더랍니다. 간호사 분이 팔에 혈관을 꽂고 가자, 신부님은 부끄러운 나머지 그곳을 즉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은 피를 빨리 뺄 생각으로 있는 힘껏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폈다’를 했답니다.

한참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서 ‘삐 – 삐 - ’ 하는 소리가 들렸고, 간호사 분이 달려와서는 깜짝 놀랐답니다. 정상적인 시간 보다 너무 빨리 뽑을 피가 다 나왔던 것입니다. 간호사는 바늘을 뽑으며, 자신의 경험상 가장 빨리 헌혈을 끝냈다며, 소독 솜으로 바늘 꽂은 부위를 꾹 눌렀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선생님 지금 이 상태로 나가시면 절대 안 돼요. 물 한 잔 마시고,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셔야 합니다.”

오로지 거기를 벗어날 생각뿐인 신부님은 간호사 얼굴을 보자 더 창피함이 몰려와,

“아, 예, 그런데 지금 급하고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빨리 가 봐야 해요!”

신부님은 막무가내로 신발을 신은 후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오려 했답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들이 마시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 그 문을 움켜쥐고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해 버렸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이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눈을 떠보니, 좀 전에 누웠던 침대에 다시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고, 간호사랑 급하게 달려온 의사, 그리고 그 현장을 생생히 목격한 다른 헌혈 증여자들 모두가 자신의 얼굴만을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순간, 신부님은 살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들더랍니다.

‘죽.고.싶.다!’

그 후로 그 신부님은 헌혈 말만 들어도 혹은 헌혈 차량만 봐도 자신도 모르게 깜짝깜짝 경기를 한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웃다가 그만 눈물이 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시간 좀 남았다고, 이내 헌혈을 결심한 그 마음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또한 헌혈 후에 곧바로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도…. 푸하하하,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