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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예수님의 가르침 / 허규 신부

허규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입력일 2015-01-27 수정일 2015-01-27 발행일 2015-02-01 제 2930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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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일(마르코 1,21ㄴ-28)
오늘 마르코 복음은 제자들을 뽑으신 후 처음으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악령을 쫓아내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입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가르치셨던 내용은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지만 그의 가르침을 들은 이들은 모두 놀랍니다. ‘율법 학자들과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더러운 영의 반응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있습니까?”는 질문은 예수님의 신원을 밝혀 줍니다. 더 나아가 그는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는 말은 마치 신앙 고백처럼 들리기까지 합니다.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의 첫 활동에서 악령의 입을 통해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또 그분이 어떤 분인지 밝히고 있는 셈입니다. 마르코 복음 전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주제 중 하나가 ‘제자들의 몰이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늘 복음의 내용은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이야기는 다시 주위 사람들 반응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들은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라며 경탄합니다. 마치 악령을 쫓아낸 행동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가르침처럼 생각됩니다. 처음과 마지막에 사람들이 반복해서 말하는 ‘권위 있는 가르침’ 사이에 악령 들린 사람의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는 고백을 강조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예수님의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은 신명기에 표현되는 ‘모세와 같은 예언자’를 생각하게 합니다. “나의 말을 그의 입에 담아 줄 것이다”는 하느님 말씀은 예수님의 권위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모세는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려준 인물이고 하느님과 얼굴을 마주하던 인물이며, 무엇보다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킨 인물로 여겨집니다. 해방이라는 점에서 모세와 예수님은 비교될 수 있습니다. 마치 모세가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킨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죄의 종살이에서 사람들을 구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이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악령의 입을 통한 고백과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구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예수님의 권위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려줍니다. 마르코 복음은 이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거룩한 분이시며, 하느님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복음을 읽는 이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예수님의 말을 듣는 것이고 따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수님의 말씀을 따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의 편지는 이런 면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세상일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혼인을 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하면 주님을 기쁘게 하고 주님을 따를 수 있을지, 주님의 일만을 걱정하라고 권고합니다. 마치 큰 짐이 되는 것처럼 들리지만 바오로 사도는 이것이 걱정을 주려는 것이나 ‘굴레를 씌우려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서 품위 있고 충실하게 주님을 섬기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품위 있고 충실하게 주님을 섬기는 것. 참으로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도 예수님의 ‘권위 있는 가르침’을 따라 ‘품위 있고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이태리 로마 성서대학(Pontificio Istituto Biblico) 성서학 석사학위를,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허규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