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으로 투병 중인 한 화가가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는 다른 암 환우들을 위해 마지막 ‘생의 흔적’이 될 작품 전시회를 열어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동양화가 이해춘(마르티노·58) 화백이 그 주인공.
이해춘 화백은 1월 3~6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마리아관 3층에서 자신의 생애에 마지막일지 모르는 전시회 ‘아름다운 새해’를 열었다.
지난해 3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위암 3기(말기) 수술을 받고 12월 중순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 입원한 이 화백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과 함께 화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하고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이 화백은 자신의 삶이나 마찬가지인 작품을 가족과 형제, 친지들에게 나눠줬고 그 작품을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창작 활동에 대한 의지가 되살아났다.
병원에서도 이 화백의 창작 의지를 확인하고 지난해 10월 요법실과 병상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아름다운 새해’ 작품전에 출품된 총 34점의 그림 중 부채에 그린 합죽선 16점은 병원에 입원해 그린 것이다. 생명을 걸고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화백의 예술혼은 불타올랐다.
이 화백은 “육체적으로 힘든 여건이었지만 붓을 들고 있는 동안 너무나 행복했다”며 “이 작은 전시회가 다른 암환자와 가족들에게도 마음의 안식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대한미술협회 회원으로 ‘곰두리 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2회 수상했고 대한민국 국전에서도 2회 입선한 중견 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