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나는 샤를리’ 보다 중요한 것 / 오혜민 기자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5-01-20 수정일 2015-01-20 발행일 2015-01-25 제 292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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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이념’의 전쟁이었다면 21세기는 ‘종교’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외신에는 IS(이슬람국가)와 파키스탄 ‘아시아 비비’ 등의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급기야 지난 7일 이슬람 예언자 모하메드에 관한 만평을 실었던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총격 테러사건이 일어났다. 프랑스 국민들은 물론 세계가 경악했다. 무차별 총격 테러도 아닌, ‘신은 위대하다’고 구호를 외치고 처형대상을 호명하며 차례로 총살했다는 사실 또한 참으로 잔악하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테러를 규탄하는 추모행진이 각국으로 번져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같은 살인행위가 프랑스 국경을 넘어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며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살인은 끔찍한 것이고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모든 증오에 대한 선동은 거부돼야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유럽의 국경을 넘어 전 인류를 향해 있다. 단순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탓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모든 정치·종교지도자들이 외치는 ‘평화’와 ‘상호존중’을 지켜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것은 ‘나는 샤를리다’,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는, 샤를리 에브도의 표현의 자유와 이슬람 신성모독의 잘잘못을 논하기 이전의 가장 기본적 문제다.

어떠한 이유로도 테러는 정당화될 수 없다. 꼭 테러만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만연한 정신적・신체적 폭력은 하느님께서 만드신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다는데 있어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세계 평화의 날 담화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이번 테러로 숨진 사람들을 위해 손을 모은다.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