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하나 되게 하소서(Ut Unum Sint)! (2) / 조성하 신부

조성하 신부(도미니코수도회 통일사목 담당)
입력일 2015-01-20 수정일 2015-01-20 발행일 2015-01-25 제 292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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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과 분단 70돌인 을미년 벽두, 남북관계 회복의 창이 열리고 있다. 지난 연말 통일부에서 북한에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고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최고위급 회담도 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청와대에서도 통일이 현실이 되도록 실질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올해 최고위급 회담을 포함한 남북 간 대화가 활발히 전개되기 위해서는 막혀 있는 대북지원사업의 활성화와 남북 민간교류가 우선적으로 더욱 절실하다.

남북경협과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는 두 축은 남과 북이 서로 대화하는 기초적인 만남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번만은 서로가 손짓만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와 교류로 이어져서, 남북 간 신뢰를 다시 쌓아가길 기대한다. 지난해 미국은 쿠바와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버락 오마마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의 쿠바 고립 정책은 실패했다고 솔직히 시인하면서 “어떤 나라를 실패한 국가로 몰아붙이는 정책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반성했다. 이 소식을 대북관계에 있어서 우리 사회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대립이 아니라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금년은 광복과 분단 7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로, 올해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가 달라질 것이다.

1986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 제출된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의견서’를 보면 ‘복음적 통일’이란 말이 나온다. 복음적 통일이란 분열과 대립으로부터 해방되는 화해의 과정, 형제애에 바탕을 둔 사귐의 교류를 통한 동질화 달성의 과정, 모든 민족 성원의 일치에 의해 이뤄지는 평화의 과정에 의한 통일을 말한다. 이 복음적 통일은 5가지 원칙을 포함하고 있는데 ①통일은 민족 성원들의 자유가 기초돼야 하고 ②민족 성원 각각의 발전이 모인 전체적인 진보가 통일의 주조가 돼야 하며 ③민족통일에는 반드시 절대적인 평화의 성격이 수반돼야 한다. 또 ④진정 정의가 행해지고 예속이 극복되고 억눌린 사람들이 해방되지 않는 한 통일이 실현됐다고 할 수 없고 ⑤형제애, 곧 복음적 사랑, 그리스도의 사랑이 모든 민족의 일치와 조국통일의 행동 기준이 돼야 하는 것이다. 통일 실현의 과정, 통일 실현의 방법에 있어서도 일체의 무력행사를 용납하지 않고 절대적인 평화의 이행 과정을 거쳐 평화적 수단에 의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복음적 통일’의 의미를 분단 70주년을 지내는 우리 교회가 다시 되새기며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리사회를 선도해 나가길 바란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기도인 주님의 기도에 관한 치프리아노 성인의 해설 말씀으로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하느님께서는 불화 중에 있는 사람의 희생은 거절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제단에서 물러나 먼저 형제와 화해하라고 명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평화를 이루는 기도만을 기뻐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바치는 가장 좋은 예물은 우리의 평화, 형제간의 화목,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 안에 하나 된 백성입니다.”

조성하 신부(도미니코수도회 통일사목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