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4 교회사목 결산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4-12-17 수정일 2014-12-17 발행일 2014-12-25 제 2924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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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계기로 ‘쇄신’ ‘변화’ 움직임 확산
각계서 「복음의 기쁨」 실현 위한 구체적 방안 모색
124위 시복·세 번째 추기경 탄생 등 연이은 경사
신자들 주일 미사·고해성사 능동적 참여 방법 제시
2014년 가해, 가톨릭교회 안팎의 화두는 단연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향한 실천, 이를 위한 쇄신을 촉구하는데 보다 직접적인 힘을 실어줬다. 메시지 뿐 아니라 스스로의 삶과 행동을 통해 ‘복음의 기쁨’을 보여준 교황의 모범에 힘입어, 한국교회가 다각적인 성찰과 새로운 쇄신의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한 해였다. 교황 방한 여정은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들의 시복과 아시아청년들의 복음화를 독려하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등과도 이어져 의미를 더했다.

교황 방한을 계기로,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탄탄하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사랑과 소명을 다져 나갔던 2014년 한국교회 사목 전반을 돌아본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복음의 기쁨

한국교회와 사회는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과 위로, 격려 등을 한껏 받았다. 선출 이후 처음으로 한국, 나아가 아시아교회를 사목방문한 교황과의 만남이었다. 특히 한국교회는 교황의 권고 뿐 아니라 교황이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의 현실에 공감하고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실천을 다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교황 방한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교회는 대외적인 행사 준비 뿐 아니라 한국교회 쇄신과 변화를 모색하는 토론의 장 등을 마련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교황 방한 이후에도 지속돼, 각계에서는 교회 쇄신을 향한 구체적인 실천을 모색하고 그 방안 등을 공유하고 있다.

10월 추계 정기총회 후 한국 주교단이 담화문을 발표, 스스로의 생활을 먼저 변화시킬 의지를 밝힌 행보도 이례적이었다. 주교단은 이 담화에서 ‘중산층의 공동체’가 되어가는 교회 현실을 성찰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구현하기 위해 ‘찾아나서는 사목’과 이를 통한 소통 및 연대에 더욱 힘써나갈 뜻도 밝혔다. 이에 앞서 주교들은 다양한 사목현장 체험에 나서 한국교회 안팎의 여러 현황을 직접 살피고, 사회 복음화와 통합사목을 향한 보다 구체적인 역할도 모색했다.

쇄신을 향한 여정을 밝혀주는 대표적인 교과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이었다. 한국교회는 2014년 가해의 문을 열면서 곧바로 「복음의 기쁨」을 배우고 실천하는 노력에 돌입했다. 특히 교황 방한 준비 여정의 하나로 「복음의 기쁨」 체득을 강조, 각 교구와 본당, 기관단체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배움의 여정을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준비위원회’도 전국 차원의 심포지엄과 각 지역 순회 강연 등을 통해 교황의 가르침을 확산하는데 힘을 실었다. 지역 순회강연회에서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사무총장 마리오 토소 주교가 직접 강의에 나서 더욱 큰 호응을 얻었다. 가톨릭교회 뿐 아니라 일반 사회와 개신교계에서도 「복음의 기쁨」에 큰 관심을 보여,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가 공동으로 교황권고를 심층적으로 돌아보는 심포지엄도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계기로 한국교회에 교회 쇄신을 향한 구체적 실천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이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준비위원회가 6월 23일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마련한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 심포지엄에서 교황청 마리오 토소 주교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사목적 배려 확대

한국 주교회의는 지난 3월 춘계 총회를 통해 신자들이 ‘부득이한 경우’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을 명확히 밝혔다. 또 고해성사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목적 제안과 주일미사 전례 활성화 방안 등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 공동 사목 방안」은 신자들이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그릇된 부담감과 불필요한 죄의식에서 벗어나 전례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복음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교회의 숙원이었던 범교구 차원의 사제 평생교육기관도 올해 10월 문을 열었다. 주교회의는 제주도에 ‘엠마오 연수원’을 마련하고 한국교회 모든 사목자와 사목협력자들을 위한 영적 쉼과 재교육을 보다 실질적으로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생명과 가정

올해에는 지난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생명과 가정에 대한 설문조사’도 펼쳐졌다.

주교회의 산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가톨릭 신자와 비신자의 생명·가정 관련 인식 차이 및 신자 생활 실태를 파악, 가정사목과 생명운동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올해 조사결과는 2015년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준비 자료로도 적극 활용될 방침이어서 그 중요성을 더했다. 이번 조사는 2003년 조사와 비교해 지역별 ‘신자 비율’ 분포 차이를 고려했으며, 한국 사회 변화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 예비문서 설문 문항을 반영해 총 12개 문항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인간생명 수호 관련 활동 중에서는 연명의료 법제화 반대 입장을 명확히 알리고,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를 촉구하는 노력이 중점적으로 펼쳐졌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2014년 5월 현재)와 염수정 추기경은 각각 담화를 발표, ‘연명의료에 관한 자기 결정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 생명윤리 자문단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 추진경과에 대한 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또 11월에는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주관으로 미혼부의 양육 책임을 공론화, 관련 법제화를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돼 교회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2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유재중 국회의원 공동주최,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주관으로 마련된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의 방향과 과제’ 특별 심포지엄.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연이은 경사

2014년은 한국교회가 연이은 경사를 누린 한 해이기도 했다.

우선 8월 16일에는 124명의 복자가 새로 탄생했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은 이날 서울 광화문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거행됐다. 또 시복식에 앞서 한국교회는 124위 관련 성지 등을 특별 전대사 순례지로 지정하고 개개인의 순교신심 고양에 큰 힘을 실은 바 있다.

이에 앞서 한국교회는 세 번째 추기경을 품에 안고, 아시아 복음화와 세계교회 발전에 더욱 힘쓸 뜻을 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13일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인 염수정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이어 2월에는 서울대교구 유경촌·정순택 주교의 서품식도 거행됐다.

한국 교회사 연구는 물론 그 저변 확대와 대중화의 구심점으로 활동해온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설립 50주년을 맞이했다. 교회사를 둘러싼 크고 작은 논란도 이어졌다. 교회사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아온 이벽의 「성교요지」가 위작이라는 주장을 비롯해 나바위 성지의 정확한 위치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 등이 나와 학술적 토론의 장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물꼬를 텄다.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도 한국교회 도입 50주년을 맞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성모 마리아의 모범을 본받아 기도하고 평화 실천에 힘쓸 뜻을 다졌다.

‘한국가톨릭대학생연합회’는 올해 한국가톨릭운동 60주년을 맞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가톨릭 학생 운동 60년사」도 편찬했다.

또한 서울대교구는 명동성당을 보존하고 신자와 시민들에게 보다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추진한 명동성당 종합계획 중 1단계를 완료, 9월 16일 서울대교구청 신청사 축복식을 가졌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지난 3월 4일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서임 감사미사 후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교회일치와 동북아시아 평화 협력 박차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직제협의회’(이하 한국 신앙과직제)가 창립되는 새로운 역사도 이어졌다. 한국 신앙과직제는 그리스도교들이 친교의 차원을 넘어 공동의 신앙 유산을 찾고 선교적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전담기구로, 세계교회협의회 ‘신앙과 직제 위원회’의 활동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한국과 일본 주교들은 올해로 20회째 교류 모임을 갖고,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위한 노력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의지를 확인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