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사랑과 화해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 조성하 신부

조성하 신부(도미니코수도회 통일사목 담당)
입력일 2014-12-16 수정일 2014-12-16 발행일 2014-12-25 제 2924호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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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과 함께 북한 지역의 교회들은 공산정권의 혹독한 박해와 시련을 겪게 됐다. 사회주의의 유물론과 신앙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기에 모든 교회 활동은 제약을 받기 시작하고 급기야 성직자들의 체포와 교회재산의 몰수로 이어져 전쟁 바로 직전인 1950년 6월 24일 북한에 유일하게 남아 사목하던 11명의 신부들이 모두 일제 검속을 당했다. 전쟁 후 어느 누구도 사목일선에 돌아오지 못하고 이후 지금까지 북한의 천주교회는 긴 어둠 속에 있게 됐다.

유물론의 입장에 서 있는 사회주의는 종교를 근원적으로 수용하기가 불가능하다. 북한 역시 사회주의 체제의 종교인식을 드러내면서 본질적으로 종교를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기존의 종교 역할을 주체사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서 주체사상이 하나의 교리요, 주체사상의 창시자격인 ‘백두혈통’은 신격화돼 있다. 북한의 헌법에는 종교적 믿음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종교단체의 활동을 포함해 종교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공인된 관변 조직들에 의해 철저한 감독을 받는 종교 활동만을 용인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종교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눠야 하는 형제로 그들에게 다가가야만 한다.

오랜 분단의 역사로 서로 달라진 사고방식과 가치관 등에 의한 이질감이 큰 문제점으로 존재하는 우리에게, 통일을 이루는 전후 과정에서 천사가 목동에게 알렸듯이 북한주민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데 얼마나 큰 어려움이 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했던 천사들의 환호다. 우리는 매년 성탄 전야에 이 기쁜 환호 소리를 다시 듣게 될 것이다. 이 ‘뜻밖의 소식’을 목동들이 기쁘게 받아들였듯이 북한주민들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그들을 맞아들이는 우리의 자세가 변화돼야 한다.

의로운 요셉이 주님의 천사의 말을 듣고, 두려워하지 않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 아기예수의 탄생을 준비한 것처럼 우리도 “그분의 의로움이 빛처럼 드러나고 그의 구원이 횃불처럼 타오를 때까지”(이사야 62,1) 두려워하지 않고 북녘 땅의 교회현실을 이해하고 돌봐서 그 곳에서도 아기예수의 탄생을 준비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요한 1,9) 북한 주민에게 기쁜 소식으로 퍼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기도와 사랑의 실천이 있어야겠다.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들려오는 희망의 메시지는 하느님께서는 이 땅의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시대, 평화의 시대에 대한 희망을 주신다. 강생하신 성자 안에서 충만히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은 평화의 토대가 된다. 인간이 마음 속 깊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때, 이 사랑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을 화해시키고 인간관계를 새롭게 하며 형제애를 갈망하게 할 것이다. 성탄 전야에 기쁜 환호 소리가 한반도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는 그날에 사랑과 화해는 하나로 이어질 것이다.

조성하 신부(도미니코수도회 통일사목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