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65) 대림 특강과 곶감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12-16 수정일 2014-12-16 발행일 2014-12-25 제 292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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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대림 특강 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할 일은 많았지만, 흔쾌히 승낙했기에, 틈틈이 시간 내어 피정 강의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후배 신부님이 내가 있는 사무실에 차 마시러 왔습니다.

“강 수사님, 뭐 하세요?”

“어, 대림 특강 준비해! 그런데 강의 준비가 잘 안 되어서 걱정이야.”

“에이 걱정할 거 없어요. 정작 특강은 하느님이 직접 알아서 하시던걸요!”

“그건 수사님이 평소 강의 준비를 잘해서 그렇지.”

“에이, 그건 아니고, 작년에 있었던 제 경험 하나 말씀드릴게요. 저도 그때 대림절 특강을 부탁 받아서 시골 본당에 내려간 적이 있었어요. 강의 준비에 최선을 다한 터라, 제 스스로도 좋은 강의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그런데 막상 그곳 본당에 갔더니, 성당에는 대부분 할아버지와 할머니였고, 젊다면 50대 중반 정도가 그럴까! 심지어 그곳 본당 신부님과 수녀님도 제일 뒷자리에 앉아서 제 강의를 듣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뭐가 그리 힘들었어?”

“강의 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전혀 반응이 없고, 목 터져라 강의를 해도 다들 눈만 멀뚱멀뚱하시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강의했던 1시간30분이라는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뒷목까지 뻣뻣하게 굳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신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데, 진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모래를 씹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아이쿠! 그래서?”

“그래서 오후 강의 시간이 되자, 순간 머릿속으로 어르신들 소화를 좀 시켜 드리자는 생각에 간단한 레크리에이션을 시작했죠. 그리고 저부터 어른들 좋아하시는 옛날 노래 몇 곡 불러 드렸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서로 손잡고 오락도 하고, 술래가 된 할아버지 장기자랑도 하게끔 했으며, 열심히 따라주신 할머니 몇 분을 선정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했어요. 다들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그렇게 30분을 쓰고, 나머지 1시간 정도 강의를 하는데, 졸거나 다른 일하는 분이 한 분도 안 계셨어요. 어르신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고, 저 역시 기다림의 기쁨을 나누는 대림 강의를 생동감 있게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미사 끝나고 오려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내 손을 잡으며, 지금까지의 강의 중에 최고였다면서, 주소를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도원 주소를 적어 드렸더니, 일주일 후에 그분들이 수도원으로 곶감을 보내 주셨어요. 순간,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그때 절실히 알았지요.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 시기의 특강. 말로만 ‘기쁘게 기다리자!’가 아니라, 실제로 강의 때 기쁨을 구체적으로 나누었더니 그분들의 마음이 열리면서 온전히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대림 특강 때 레크리에이션을 준비하자는 것도 아니에요. 피정 강사는 특강을 할 때 정녕 주님을 만나려는 신자분들의 마음을 잘 읽어 나가기만 하면, 그 나머지는 하느님이 직접 알아서 다 채워주시더군요.”

숙맥이라, 남들 앞에 서면, 말도 잘 못하는 그 신부가 즉석으로 노래를 부르고, 레크리에이션까지 했다는 정말, 믿기 힘든 말을 들으면서, 하느님 안에서 좋은 특강이란 결국 그 강의를 들으려는 이들의 그 마음을 잘 따라가는 것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잘 따라가는 것, 좋은 강의의 시간인 듯합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