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4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결산]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12-16 수정일 2014-12-16 발행일 2014-12-25 제 292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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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세상에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보다
한 해 동안 총 15명 사연 소개
독자 성금 2억9700여 만 원 모여
절망 딛고 다시 일어설 희망 전파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힘 확인
올 한 해는 유독 혹독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졌고, 뉴스를 통해 전해 듣는 소식은 우울한 이야기들뿐입니다. 게다가 과열된 경쟁심과 물질만능주의로 각박해진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하나, 둘 마음의 문을 닫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남아있습니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나눔의 손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지만 큰 힘입니다.

가톨릭신문 역시 지난 한 해 동안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힘을 확인했습니다. 독자들로부터 직접 대상자를 추천받아 엄정한 서류심사와 확인절차를 거쳐 진행되는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소개된 사연은 모두 15건. 현재 모금 중인 김철수씨(12월 7일자 보도)를 제외하고 총 2억9700여 만 원의 성금이 모였습니다. 15명의 이웃에게 이 성금이 전달됐고, 그들은 이제 새로운 희망을 꿈꿉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독자들의 마음이 모여 이뤄낸 기적입니다.

■ 새 생명 얻은 아이들

본지 5월 25일자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사연이 소개된 별이(본명 노렐 아바 돌라오타)는 유전자 이상으로 뼈와 연골이 잘 형성되지 않는 라센증후군으로 인해 홀로 고통과 싸워오던 상황이었습니다. 별이 가족에게 전해진 사랑의 씨앗으로 별이는 100일도 못 넘길 것이라는 진단을 무색게 하며 오는 1월 4일 이역 땅에서 첫 돌을 맞이합니다.

독자들의 사랑으로 별이네는 처음으로 차가운 컨테이너 집을 벗어났습니다. 아직 별이가 사지 기형 수술을 받을 정도로 건강하진 않지만, 희망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별이 엄마 올리비아(39)씨는 “지금껏 생명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것만도 기적”이라며 “별이에게 사랑을 나눠주신 분들을 늘 가슴에 새기고 기도하며 살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세림(12, 7월 6일자 보도)군은 X염색체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기는 희귀 난치병에 따른 혈소판 감소 등으로 수시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상황이었습니다. 세림군 가족은 독자들이 보내온 정성으로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본지에 사연이 소개된 이후 TV 방송에 소개, 독지가들의 사랑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살려갈 수 있게 됐습니다. 세림군은 올 연말을 전후해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기다리고 있으며,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다른 가족들도 다들 새로운 꿈을 안게 됐습니다.

세림군의 어머니 조상희(아가다·46·서울 이문동본당)씨는 “세림이가 기적적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모두 여러분들 덕택”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달했습니다.

■ 커져가는 희망 씨앗

당료로 인한 만성신부전증과 합병증에 시달리는 송옥희(마리아, 8월 17일자 보도)씨 모녀에게 독자들의 사랑은 희망이었습니다. 남편 없이 두 딸을 키우느라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송씨는 현재 매주 3회의 혈액투석을 받고 있습니다. 앞니가 빠져서 음식물을 제대로 먹을 수는 없지만 가톨릭신문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기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4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막내딸 정혜(17)양도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고국인 필리핀을 떠나 한국으로 온 넬다(52, 10월 19일자 보도)씨는 현재 성 빈센트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힘겨운 치료에도 불구하고 넬다씨는 가톨릭신문 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확장성 심근증을 앓고 있는 허승희(34, 3월 2일자 보도)씨는 퇴원 후 동생 준희(32)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세균과 곰팡이, 미세먼지로 가득했던 반지하방에서 벗어나 경기도 분당에 마련한 작은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습니다.

■ 잊지 않겠습니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7월 뇌출혈로 쓰려진 후 의식을 잃은 채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정연석(5월 4일자 보도)씨가 10월 30일 선종했습니다. 유가족인 아내 김은희(비올라·42·수원교구 화성시 동탄능동본당)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에 잠길 여유도 없이 다섯 명의 자녀들을 위해 생업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얼굴 모를 수많은 후원자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꿋꿋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김씨는 “남편은 세상을 떠났지만 정말 어려울 때 도움을 주신 가톨릭신문 독자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결코 잊지 않겠다”고 인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