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천주가사 하느님을 노래하다] (7) 사향가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
입력일 2014-12-16 수정일 2014-12-16 발행일 2014-12-25 제 292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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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업 신부가 지은 천주 교리의 결정체

‘본향’ 깨닫고 찾아가길 기도
「경향잡지 인쇄본」 등 필사본 14종
‘삼세대의’와 함께 가장 많이 애창
가창자 따라 ‘민요’ ‘가사’로 구분
사향가 악보.
‘사향가’는 최양업 신부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4·4조 4음보 421구로 된 장편의 천주가사이다. ‘사향가’의 필사본으로는 「경향잡지 인쇄본」, 「김동욱본 가첩」, 「금베두루 가첩」, 「한국정신문화연구원본 가첩」, 「남경지 가첩」, 「고로가 가첩」, 「유요왕 가첩」, 「한국교회사연구본 가첩」, 「엄성순 가첩」, 「언양성당본 가첩」, 「장 아뤽수 가첩」, 「서종웅 가첩」 등 약 14종이 전해지고 있다. ‘삼세대의’와 더불어 신자들 사이에 가장 많이 애창되던 곡임을 알 수 있다.

저작자 최양업(토마스, 1821~1861) 신부는 충청남도 청양군 화성면 다락골에서 출생하여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로 사제가 된 분이다. 1836년 최방제, 김대건과 함께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마카오의 파리외방전교회에서 공부하였고, 1849년 4월 사제서품을 받은 후 12월에 입국하여 사목생활을 시작하였다. 1859년 교리서와 기도서 번역작업을 하였고, 교우들을 위한 천주가사를 만들기도 하였다. 1850년부터 1861년까지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 평안도 등 전국 각지의 곳곳을 발로 걸어 다니며 선교한 후, 문경에 있는 교우촌에서 과로로 순교하였다.

‘사향가’는 천주교의 모든 교리를 집약한 것으로, 서사(1구~9구), 본사(10구~396구), 결사(397구~421구)로 이루어진다. 서사는 인간의 본향을 깨닫고 그 본향으로 가야됨을 노래하며, 본사는 천주교 교리와 성경의 내용 및 영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결사는 천주교에 대한 비방을 물리치고 본향으로 찾아갈 것을 거듭 강조한다.

가창자는 조중환, 박기석, 윤기중 세 사람이다(지아임, 2010). 조중환은 충청남도 서산, 박기석은 경기도 성남에서 출생하였음을 지난번 ‘삼세대의’에서 밝힌 바 있다. 윤기중 가창곡은 1983년 충청북도 갈곡리 공소에서, 당시 81세였던 가창자가 부른 노래를 차인현 신부가 채록하였고, 후에 최필선이 채보하였다. 앞부분의 가사와 조중환 가창의 악보는 다음과 같다.

어화우리 벗님네야 우리본향 찾아가세 / 동서남북 사해팔방 어느곳이 본향인고

복지로나 가자하니 모세성인 못들었고 / 지당으로 가자하니 아담원조 내쳤구나

부귀영화 얻었은들 몇해까지 즐기오며 / 빈궁재화 많다한들 몇해까지 근심하랴

이렇듯한 풍진세계 안거할곳 아니로세 / 인간영복 다얻어도 죽어지면 허사되고

세상고난 다받아도 죽어지면 그만이라 / 우주간에 비껴서서 조화묘리 살펴보니

제읍지곡(힘들게 사는 인생비유) 그아니며 찬류지소(본향인 천당으로 가기 전, 이 현세의 삶) 이아니냐

사향가(울산대곡박물관 ‘천주교의 큰 빛 언양’ 도록의 일부. )

조중환 가창

조중환 가창의 ‘사향가’는 구성음이 솔 라 도 레 미의 5음이다. 선율의 특징은 대부분 하행을 하지만, 중간 중간에 4도, 5도의 도약진행과 3도 상행종지형도 나타난다. 종지음이 솔, 도음으로 나타나는 평조로 볼 수 있다. 주요 리듬은 ♪♩♪♩으로 연도의 리듬과 일치한다. 선율형태는 크게 2가지 형태의 선율로 구별된다. A형태는 Sol음으로 종지하고, B형태는 do음으로 읊조리는 형태이다. 조중환 가창의 ‘사향가’는 정악의 평조와 유사한데, 이는 ‘삼세대의’와 마찬가지로 가창자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박기석 가창

박기석 가창의 ‘사향가’는 구성음이 미 솔 라 도 레 미이다. 도약진행보다는 순차 진행을 하며, 종지음은 라와 미이다.

주요 리듬은

♪♪♪♩. 과

이며, 이외에도 다양한 변화를 주어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선율형태는 2가지로서 A형태는 미 레 도 라 미의 하행선율, B형태는 미 라 도 라의 포물선형이다.

윤기중 가창

윤기중 가창의 ‘사향가’는 구성음이 미 솔 라 도의 4음이다. 주요 리듬은 ♪♪♪♩. 이다. 선율형태는 2가지로서 A형태는 미 라 도 라 미의 상행 후 하행하는 포물선형이며, B형태는 도 라 미의 하행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향가’는 최양업 신부님이 저작한 작품이며, 가창자에 따라 민요(민속악)와 가사(정악)의 느낌으로 구분된다. 충청도의 조중환과 경기도의 박기석은 가사, 충청도의 윤기중은 민요의 느낌으로 불렀다. 이는 천주가사의 저작시기와 저작자에 의한 차별성이 아니라 가창자의 선호도에 따라 임의로 불린 것을 알 수 있다.

강영애 교수는 음악인류학 박사로, 한양대와 교회음악대학원 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 가톨릭상장례봉사자교육 전문강사로도 활동중이다.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