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26회 아산상 수상 ‘도시 빈민들의 대부’ 안광훈 신부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11-25 수정일 2014-11-25 발행일 2014-11-30 제 2921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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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 묵묵히 돕는 것이 내 몫”
 1980년대부터 도시 빈민에 관심
 협동조합 등 설립해 자립 기반 마련
 상금 전액 어려운 이웃 위해 기부
“가난한 이들과 사는 삶 계속 할 터”
‘도시 빈민들의 대부’ 안광훈 신부는 아산상 상금 전액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오혜민 기자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만 그들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죠. 제가 아산상 대상을 수상하는 것은 바로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겁니다. 가난한 이들이 있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요.”

도시 빈민들의 대부(大父) 안광훈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 본명 브레넌 로버트 존)가 지난 11월 25일 제26회 아산상 대상을 받았다. 1966년 한국으로 파견된 이후 약 50년 동안 받은 단 두 개의 상 중 하나였다. 2년 전 수상한 서울시 복지대상이 다른 하나다. 같은 해에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빈민들과 함께하면서도 그의 활동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은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사목하는 태도 때문이다. 안 신부는 “조용히 일하고 싶었다”면서 “앞에서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고 그저 뒤에서 묵묵하게 따라가면서 뒷받침하는 것이 내 몫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북부실업자 사업단 강북지부 삼양주민연대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도 안 신부는 늘 뒤에서 묵묵하게 부족한 부분을 받쳐준다. 자발적으로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된 안 신부가 도시 빈민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초부터다. 이미 원주교구 사직·정선본당 등지에서 사목하며 가난한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그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그였지만,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도시 빈민들의 비참한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당시 목동본당 주임으로 있을 때였어요. 올림픽이다 뭐다 해서 서울이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그 여파로 안양천 주변에 천막 치고 살던 주민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생긴 거예요. 혜택도, 보상도 하나도 없이요.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싶어도 장소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기에 우리 성당에 오라고 했죠.”

이후, 그는 도시 빈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의 열정은 도시 빈민의 미래와 희망이 됐다. 저소득 주민 임대주택 보증금 마련을 돕는 ‘솔뫼신용협동조합’을 비롯해 소액 대출 운동 ‘한바가지’, 사제복을 제작하는 ‘솔샘 공동체’ 등 모두 그의 손과 발끝에서 탄생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힘은 바로 복음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하는 가치관이죠.”

그는 상금 3억 원을 전부 이웃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와 삼양동 주민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이들을 위해 상금 전부를 내놓을 생각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더불어서 내년이면 수품 50주년이고, 내후년은 한국에 파견된 지 50년이에요. 이제는 조금씩 주님을 만날 준비를 해야겠죠.”

※후원계좌 225-20-197146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예금주 BRENNANROBERT)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