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마카오 성지순례

최효근 명예기자
입력일 2014-11-25 수정일 2014-11-25 발행일 2014-11-30 제 292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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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양들 위해 하느님 따랐던 ‘김대건 신부’ 자취 곳곳에
1637년 타이파와 나무로 지어진 성바오로성당은 1835년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는 건물 정면 벽과 계단, 일부 지하실만 남아 있다.
홍콩 첵랍콕 공항에서 고속 페리를 타고 1시간여. 마카오에 도착했다. 한국교회의 첫 사제를 꿈꾸었던 철부지 소년들이 조선 교회를 가슴에 안을 청년으로 성장한 곳 마카오. 김대건 신부가 신학생으로서 생활하던 마카오에서 김대건 신부의 행적을 따라가 봤다.

성바오로성당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마카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유산 성바오로성당. 정면 부분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성당이지만 마카오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들르는 명소 중의 명소이다.

이 성당은 1602년 이탈리아 예수회 수도사 카를로 스피놀라가 설계하고 종교 박해를 피해 나가사키에서 피난해 온 일본인과 현지 장인들의 도움으로 1637년에 완성됐다. 타이파와 나무로 만들어져 안타깝게도 1835년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는 건물 정면 벽과 계단, 일부 지하실만 남아 있었다.

이 성당의 앞 벽만으로는 많은 역사의 유적을 볼 수는 없지만, 여기에 새겨진 글과 그림을 통해 창세기에서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가톨릭 교리를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 바오로성당의 건축은 유럽 문예부흥시대의 건축양식과 동양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것으로 오랜 기간 중국과 외국의 건축, 문물, 예술가들도 중시해 왔다. 성당의 안쪽으로 들어서면 당시 성당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양쪽의 기둥이 서 있던 자리와 당시 묘지로 사용했음을 보여 주는 묘지터가 있다. 지하에는 작은 종교박물관과 납골당이 있는데, 이전 천주교에서 사용하던 성물들과 일본과 베트남에서 순교한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 소속 하윤섭 수녀(중국 마카오교구 성지순례안내센터장)는 “성 김대건 신부께서 학생으로 배움을 위해 마카오에 머무는 동안 이 성당을 자주 들러 간절한 기도를 했고, 당시 사제들만 통과할 수 있는 성당 정문의 돌계단을 무릎으로 기어오르면서 반드시 사제가 되어 이 문을 통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며 “170여 년 전 이곳을 무릎으로 기어오르며 간절히 기도하셨던 김대건 신부를 마음속으로 그려보며 신앙에 대한 다짐을 굳건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안토니오성당

다음으로 찾은 곳은 성안토니오성당이다. 성안토니오성당은 1558년부터 1560년에 걸쳐 대나무와 나무로 지어진 성당으로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3대 성당 중 하나로 1874년 화재로 불타 없어져 1930년대에 재건했다고 하지만 잘 보존되고 아름다워, 마카오 식민지 시절 포르투갈인들의 결혼식이 많이 열렸다고 한다.

성당 안에는 한인 교포 신자가 봉헌한 김대건 신부의 목각상과 유해가 모셔져 있었다. 매일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한국교회를 위해 공부에 전념했을 김대건 신부를 기억하며 잠시 묵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카모에스 공원 김대건 신부 동상

이어 김대건 신부 동상이 모셔져 있는 카모에스 공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인솔하던 하 수녀가 공원 입구에 잠시 멈춰 서 한 주상복합아파트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하 수녀는 “이곳이 파리외방전교회 극동 대표부 자리인데 지금은 흔적조차 없고 아파트로 변했다”며 “이곳이 김대건 신부께서 공부하신 조선신학교 건물 자리로, 잠시 멈추어 주님께서 일찍이 많은 선교사들을 파견하시어 작은 섬나라 마카오에 복음을 전하신 놀라운 역사들을 만나보자”고 말하고 “성소가 전혀 없는 마카오에 신학생을 주실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청했다.

카모에스 공원은 1557년 한 때 마카오에서 살았던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 카모에스를 기려 만든 공원으로 ‘흰비둘기 공원’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곳에는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1985년 10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이 동상을 제막했는데, 공원 한구석에 있던 동상은 이후 양지바른 지금의 잔디밭으로 옮겨졌고, 1997년에는 홍콩과 마카오에 사는 신자들의 지원으로 보수를 거쳐 지금 좌대 위에 세워졌다고 한다. 좌대 네 개면에는 김대건 신부의 약력이 한글과 중국어, 포르투갈어, 영어로 아로새겨져 있었다.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성당

골로안 섬으로 이동해 일본 에도(江戶)시대에 나가사키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온 일본인들이 일본에 그리스도교를 전파한 스페인 선교사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를 기념해 지은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성당을 순례했다.

1928년 바로크양식으로 건립된 이 성당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의 유품이 보관되어 있고, 김대건 신부의 사진과 한국교회 200주년 기념 행사가 열린 여의도 광장 사진이 보관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성요셉 신학교 성당

이어 순례한 곳은 성요셉 신학교 성당. 김대건·최양업 신부가 공부하던 학교의 성당이다. 이곳은 예수회에서 선교사 양성을 목적으로 세운 신학교 겸 성당으로 독특한 돔형 지붕과 꽈배기 모양의 기둥, 화려한 천장 그림 덕분에 다른 어느 성당보다 웅장했다.

건축 구조는 로마에 있는 예수회의 예수대성당과 비슷하고 1694년 예수회가 건립한 북경의 남경성당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한다.

주 제대 중앙에는 예수성심상을 모시고 왼쪽에는 예수회 창설자인 성이냐시오 로욜라, 오른편에는 예수회 최초의 동방 선교사로 중국에서 생을 마감한 동방의 사도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을 모셨고, 제대 오른쪽에 성인의 오른팔 뼈가 안치되어 있었다.

마카오에는 아직도 김대건·최양업 신부의 숨결이 서려있다. 두 신부가 공부했을 마카오 성 요셉신학교와 이들이 매일 미사를 드렸을 성 안토니오성당. 곳곳에 남은 자취들. 이곳들을 순례하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깨에 지고 묵묵히 하느님 뜻을 따르던 신앙선조들을 떠올리며 두 손을 모아본다.

성요셉 신학교 성당 내부
카모에스 공원 김대건 신부 동상 앞에서 하안본당 순례객들이 기도하고 있다.
성안토니오성당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3대 성당 중 하나로 성당 안에는 한인 교포 신자가 봉헌한 김대건 신부의 목각상과 유해가 있다.

최효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