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멕시코 주교회의, 실종 대학생 43명 관련 성명 발표

입력일 2014-11-19 수정일 2014-11-19 발행일 2014-11-23 제 292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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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조직 결탁 ‘폭력 정부’ 규탄… “부정부패 멈춰라”
‘시골교사 임용차별 철폐’ 시위 중 실종된 예비교사
경찰 체포 후 갱단에 넘겨져 살해된 것으로 알려져
11월 9일 멕시코시티 시민들이 정부에 43명 대학생의 실종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람들은 현수막과 깃발을 들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정부와 범죄조직에 항의하고 있다. 【CNS】
【멕시코시티 CNS】멕시코 주교회의는 최근 경찰과 갱단에게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학생 예비교사 43명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와 같은 유혈사태가 하루속히 종식되기를 촉구했다.

이들 43명의 대학생들은 ‘시골교사의 임용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시위 도중 실종됐지만, 실상은 경찰에 체포돼 갱단에게 넘겨져 산 채로 불태워지는 등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주교들은 12일 멕시코시티 근교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우리는 깊은 슬픔과 함께, 그동안 나라의 상황이 국가적 위기를 부추기고 악화시켜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0년 폭력에 대한 공동 사목교서를 발표했던 때를 상기시키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으며, 정부당국의 부패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범죄자들의 협박에 대항하며 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주교단이 탄원서를 발표한 날, 프란치스코 교황도 성 베드로광장에서 열린 일반알현 끝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생들이 사실상 살해됐다는 것을 안다. 내게는 정신적으로 고통의 시간”이라며 “이번 사건은 마약 운반과 판매라는 범죄 행위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교들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평화시위를 지지하고 있으며, 수백만 멕시코 시민들이 과달루페 성모를 기념하는 12월 12일을 ‘기도자의 날’로 정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주교들은 “우리는 멕시코의 진실과 정의, 제도적, 사법적, 정치적 질서의 깊은 변화를 위해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시민사회가 깨어나고 있다는 희망을 본다”며 “권력자들의 부정부패와 유착관계에 맞서 싸우는 일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멕시코 시민들은 거리에 나와 이번 사건과 함께 범죄조직과 정치세력이 맺고 있는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강하게 규탄했다.

시민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말한 멕시코 법무장관 헤수스 무리요 카람의 말을 비꼬며 ‘이제(범죄와 정치의 유착관계가) 지긋지긋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분노를 표출했다.

예수회 콘라도 제페다 신부는 4일 이베로아메리칸 대학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젊은이들과 학생들, 가난한 이들은 그들 스스로를 지킬 수 없었다”며 “이것이 시민사회가 시위를 하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3명의 대학생들은 시골교사의 임용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멕시코시티에서 남쪽으로 120마일 떨어진 이괄라로 갔지만 그들이 빌린 버스가 그곳에서 경찰에 의해 총격을 당한 후, 게레로 우니도스 갱단원들에 의해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정경유착과 함께 범죄조직과 결탁, 부정부패와 처벌받지 않는 폭력을 일삼는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틀라스칼라의 프란치스코 모레노 바론 주교는 “학생들이 살아서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 시위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며 “이제 부정부패를 멈추게 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