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인터뷰] 성 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업, 티에리 부아셀 씨

오혜민 기자 ,
입력일 2014-11-18 수정일 2014-11-18 발행일 2014-11-23 제 292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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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들이 울었다… ‘위로’ 담은 한국적 스테인드글라스에
한국적 이미지 조화 위해 노력
원 문양에서 동서양 접점 찾아 
단청색·창문살 무늬 등 접목
모래 이용, 한지 느낌도 살려
티에리 부아셀 씨 사진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경기도 이천 ‘성 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병원장 이상윤 신부)의 성당 제대 뒤편이 변했다. 푸른 나무들이 유리창을 통해 한눈에 들어왔던 예전과는 달리, 물류창고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자연환경을 해치고 있던 터였다.

환자들의 정서를 위해 병원측은 유리창을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들기로 했고, 마침 한 대학의 워크숍에 초대된 프랑스 작가 티에리 부아셀(Thierry Boissel·52·뮌헨 쿤스트아카데미)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지난해 6월부터 논의된 ‘신경정신병원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위해 작가는 오랫동안 고심했다. 마음의 평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환자들을 배려함과 동시에 한국적 색채가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기 위한 고민이었다.

그는 작업 전반에 도움을 준 정수경 교수(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와 함께 한국의 여러 곳을 방문했다. 경복궁과 비원, 성곽길, 사찰을 찾은 것은 물론 다도체험을 하며 한국적인 이미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중,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원’ 문양을 통해 동서양의 접점을 찾은 것이다.

“스테인드글라스와 한국의 전통적 문양이 모두 ‘원’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수많은 원을 서로 겹쳐 문양을 만들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원’을 인격을 가진 한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가 그린 수많은 원들은 촘촘하게 때로는 헐겁게 겹쳐 있었는데, 일정한 배열로 일사불란하게 놓인 원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고 했다. ‘조금 빗나가 겹쳐 있어도 그 자체로 조화롭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 환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국의 전통 창문과 단청의 이미지도 놓치지 않았다. 창문살의 무늬와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등의 단청색을 배열해 한국적인 스테인드글라스를 꾸몄다. 신경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배려해 색을 최소화로 칠했음은 물론이다. 한지창의 느낌을 내고 싶어 유리에 모래 분사작업을 통해 은은함을 더하기도 했다.

“한국의 창이 유리가 아니라 종이였다는 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자연스럽게 함께 어우러지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한국은 옛스러움과 화려함을 동시에 지녔어요. 한국의 예술 작품들이 잘 보존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독일에서도 예나성당과 함부르크성당 등 다양한 곳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진행하며 건물에 예술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 내년 4월, 독일 리닉의 스테인드글라스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을 떠나며 작가는 9일 열린 병원의 환자들을 위한 미사에서 자신이 받은 감동을 고백했다.

“미사 중 스테인드글라스 설치를 기념하는 작은 축하연을 진행했어요. 환우들은 울고 있었는데, 신부님과 함께 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던지요. 아프고 힘들어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은 참으로 가톨릭 안에서 필요한 일입니다. 한국과 이처럼 따뜻한 인연이 또 한 번 닿길 바랍니다.”

성 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성당 제대 뒤 스테인드글라스. 환자들 마음을 위로하고자 한국적 아름다움과 조화를 살렸다. 성 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제공

오혜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