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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들] 영성독서 프로젝트 그룹 ‘공감대’ 세 번째 모임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4-10-29 수정일 2014-10-29 발행일 2014-11-02 제 291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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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대화하니, 책 읽기가 더욱 ‘생생’
11월 도서 「나를 넘어 그 너머로」
저자 정규한 신부 만나 함께 토론
책을 넘어선 ‘가슴과 가슴의 접촉’
영성독서 프로젝트 그룹 ‘공감대’ 회원들이 11월 선정도서 「나를 넘어 그 너머로」 저자 정규한 신부와 함께 모임을 갖고 있다.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이별은 아쉬움이었다. ‘저자와의 만남’의 힘은 이토록 큰 것인가 보다. 영성독서 프로젝트 그룹 ‘공감대’(길잡이 임성미)의 세 번째 모임은 「나를 넘어 그 너머로」를 쓴 정규한 신부(예수회)와 이뤄졌다. ‘가톨릭독서문화운동-신심서적 33권 읽기’ 11월 선정도서인 이 책을 통해 이들은 공감대를 넘어 ‘하나’가 됐다.

■ 질문과 응답

저자와의 만남은 처음에는 ‘일문일답’ 형식으로 이뤄졌다. 토론으로 넘어가기까지 저자에게 묻고 싶은 내용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예화, 비유 등의 쉬운 예가 많아 ‘한 권의 미담을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은 공통의 내용. ‘잠심’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이해하기 쉽도록 도운 저자의 배려였다.

제목에 대한 이야기가 던져졌다. 원제는 ‘잠심’이었다가 판매 저조를 우려해 「나를 넘어 그 너머로」로 바뀌었다는 말에 폭소한다. 사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여러분은 일 년에 책을 몇 권 읽으세요?”

일주일에 2권, 3권 대답도 다양하다.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책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른다는 사람, 그저 구미가 당기는 책을 읽는다는 사람, 저자가 마음에 들면 무조건 읽어봐야 한다는 사람 등 모두 다르다.

저자가 마음에 들면 읽어본다는 임성미씨는 “저자의 모든 책을 하나씩 읽다보면 저자와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며 “그 사람의 생각과 삶의 면모가 보이는 책이 좋다”고 말했다.

정규한 신부는 ‘자신을 깨닫게 하는 책’을 꼽았다. 모두가 자신의 시각에 따라 세상을 보지만, 책을 통해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여 고정된 시각을 즐겁게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특히 신앙인은 하느님 안에서 바라봐야 한다. 하느님의 시각을 알기 위해 자신의 틀을 깨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잠심에 대하여

「나를 넘어 그 너머로」에 대해 이야기가 모아졌다. ‘알되 그 앎이 자신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잠심으로 정의한 저자에게 궁금한 것이 많다. 저자는 우선 ‘행복’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김수나씨는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것은 다르지만 지금 이대로 그 어떤 것도 수용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대 구성원들은 책을 통해 잠심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잠심은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길이기도 했다.

양성순씨는 “보는 시각이 모두 다른 데 가면 갈수록 자신의 관점은 고착화된다”며 “모두 자신의 입장만 보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신부는 잠심을 이야기했지만, 잠심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을 비워내고, 하느님을 채우는데 그 신앙인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신앙인은 하느님이 내 안에 사시도록 해야 하지요. 이것이 참된 ‘나’입니다. 쉽지 않지만 하려고 노력하면 돼요. 저도 그 과정 속에서 훈련을 거듭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공감대 구성원들은 책으로만 읽어내지 못한 많은 맥락을 ‘저자와의 만남’에서 찾았다. 저자의 육성은 ‘살아있는 책’처럼 느껴졌다. 매체를 거치지 않는 가슴과 가슴의 접촉이다.

정 신부는 “대중강의는 일방적으로 이뤄지기가 쉬운데 소규모로 만나니 많은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었다”며 “자신을 깨는 작업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참 좋다”고 말했다.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