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日 아키타에 조선인 순교자 현양비 세운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4-10-29 수정일 2014-10-29 발행일 2014-11-02 제 2917호 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2005년 시작된 서울 연희동-아키타 신자들 교류 결실
한국서 기금 마련, 일본 측은 사료 조사 등 실무 맡아
순교자비건립위 조직, 형장터 영구 임대 등 성지조성 준비
일본 아키타에서 순교한 조선인 순교자 현양을 위해 한·일 신자들이 손을 잡았다.

재일 한인 순교자비건립위원회(위원장 황기진)는 1624년 일본 아키타에서 90여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형장터를 영구 임대하고 3일 조선인 순교자를 위한 현양비를 세운다.

아키타에서 순교한 조선인 순교자는 식스토 카자에몬과 카타리나 부부이다. 임진왜란 당시 포로로 끌려가 일본에서 세례를 받은 이들 부부는 1614년 일본 전역에 박해가 심해지자 박해를 피해 아키타지방의 테라자와 광산으로 피신해 생활하다 붙잡혀 1624년 8월 4일 아키타로 끌려와 순교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 순교자를 위한 현양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아키타에서 열린 세계평화기원 국제음악회에 참가한 서울대교구 연희동본당 신자들이 아키타 신자들과 교류하면서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접했다.

일본교회 신자들이 순교자 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연희동본당 신자들은 이후 꾸준히 일본 아키타교회사연구소 구마가이 야스타카씨 등 신자들과 교류하며 성지조성을 준비해왔다. 한국 신자들은 순교자비건립위원회를 조직, 후원금을 모아 성지 매입기금과 현양비 제작을 하고 일본 교회측에서는 순교사료조사와 순교지 매입 실무 등을 맡았다.

순교자비건립위원회가 영구 임대한 순교지는 두 순교자 외에도 많은 순교자들이 처형 당한 역사적 현장이지만 일본교회의 교세가 약해 성지로 조성되지 못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 한·일 교류로 순교자비가 세워지면서 아키타의 다른 순교자들의 현양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부터 현양비 건립사업을 주도해온 정돈(안토니오·79)씨는 “아키타의 조선인 순교자들도 우리 신앙의 선조라고 생각해 순교비를 세우고자 했다”면서 “앞으로 사료조사와 연구를 통해 순교자들이 하루빨리 시복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