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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한 메시지

정봉도(베드로·대구 만촌1동본당)
입력일 2014-10-28 수정일 2014-10-28 발행일 2014-11-02 제 291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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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14~18일 한국을 다녀갔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온 국민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선물했다. 방한 기간 동안 곳곳의 아프고 억울한 이들을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가셨다. 교황이 이 땅에 찾아와 보여준 사랑과 위로, 겸손과 용기는 결코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 사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시대의 정신적 지주다웠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100만 명의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비바 파파’를 외쳤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차올랐던 희귀한 순간이 광화문 광장을 감동의 성지로 만들었다.

되돌아보니 교황이 이 나라에 머문 4박5일이 그러했다. 무슨 특별한 말씀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이야기인데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었던 게 당연하다. 눈길을 사로잡은 기발한 몸짓도 없었다. 누구나 일상에서 하는 행동이요, 인사였다. 그럼에도 교황이 입을 열면 복음이 됐다. 교황의 손짓 한 번에 눈물이 흘렀다. 교황은 전한 많은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지니고 가꾸어 나가야 할 것과 버리고 잘라버려야 할 일들을 명확하게 했다. 어린이들에게는 사랑을, 장애인에게는 스킨십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작은 외침에 귀를 기울였고, 청년들에게는 깨어 있는 삶을 향한 용기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위로와 평화를, 믿음을 지킨 순교자들에게는 복자 시복의 축복을 내렸다. 특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은 것은 전쟁 대신 평화를 추구하는 염원이며, 짓밟히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은 그들과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따뜻한 손길이라 하겠다.

황금만능시대에 성직자들이 부자로 사는 것을 질타했으며, 타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서로 존중하며 한 형제처럼 함께 가자고 요청했다. 소비주의에 빠지지 말고, 내 인생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인생도 귀하게 여기기를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교황은 또 AYD 폐막미사에서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밀어내지 말라고 주문했다. 또한 교황은 한국을 떠나면서 형제애를 강조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하고 화해하라고 요청했다. 교황이 종교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모두가 복음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감동적 메시지들을 감동으로만 끝내서는 안된다. 그 감동을 우리 각자의 삶에 받아들여 엉클어지고 갈라진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드는 전환점을 삼아야 한다. 우리사회가 당장 사건 사고로 참사의 아픔과 상처를 받고 신음하고 있지만, 교황이 이 모두를 치료해줄 수 있는 전능한 의사는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할 몫들이다.

귀한 손님은 떠나갔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교황이 던진 말씀 더미 속에서 찾자. 잠시나마 광장에 이뤘던 감동적 공감과 화해의 진정성을 기억하며 어떻게 그 아름다운 감정을 퍼뜨릴까 궁리하는 일이 우리들의 몫으로 남았다. 교황이 방한 여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늘 깨어 준비하는 삶으로 우리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되 그 과정에서 마음의 평온을 잃어서도, 가족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교황처럼 겸손과 나눔, 사랑과 위로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 형제로 보일때까지 ‘프란치스코 효과’가 우리들의 삶 속에서 오래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정봉도(베드로·대구 만촌1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