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복음생각 (893) 행복합시다 / 김동일 신부

김동일 신부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
입력일 2014-10-28 수정일 2014-10-28 발행일 2014-11-02 제 2917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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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1주일(마태오 5,1-12ㄴ)
우리 모두 행복합시다.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행복하라고 명령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우리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자비로운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평화를 이루는 사람,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열거하신 이들 중에 우리는 하나 이상 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자신을 돌아보라는 초대를 하십니다. 왜 내가 행복을 못 누리고 살까? 왜 나는 불행한 것 같지? 내가 무엇을 갖지 못해서, 무엇이 되지 못해서 나는 불행한 것인가? 우리의 불행은 어디서 기인합니까? 우리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을 들여다보며 새롭게 마음을 정리하라고 명령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이 얼마나 기쁜 명령입니까! 이 얼마나 가슴 벅찬 명령입니까! 우리 행복합시다.

마닐라에서 신학 공부를 할 때였습니다. 한국 수녀님들께서 가난한 지역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그곳에 가서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쳤습니다. 한 번은 산상수훈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오늘 이 복음을 다 같이 읽고 나서 제가 그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들까지 50명이 모여있었습니다. 그들의 집은 외양간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정말 정말 가난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행복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모두가 큰소리로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다음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제가 미리 준비한 질문이 아니었고, 저는 “글쎄요”나 대답을 주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50명의 친구들이 의외로 모두가 “행복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치는데 제가 당황했습니다.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어떤 대답을 하셨습니까? 대답하시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렸습니까? 가난해서 학교를 가기 어려워 외국인 수녀님들의 도움으로 겨우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입니다. 비가 많이 와서 휴교를 하면 학교 앞에서 노점상을 하는 엄마는 빈손으로 집에 옵니다. 그날 가족 모두는 굶습니다. 수녀님께 찾아와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합니다. 수녀님께서 쌀을 좀 챙겨주시고, 빵을 하나 우선 먹으라고 건네십니다. 아이는 빵을 호주머니에 넣고 먹지 않습니다. 집에 있는 동생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50명의 정말 정말 가난한 아이들에게 도대체 행복은 무엇일까요? 우리에게 행복은 무엇일까요? 우렁차게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한 그 친구들의 목소리를 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 목소리와 그 친구들의 얼굴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복은 물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 물질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마닐라의 가난한 지역에서 만난 어린 친구들에게 물질이 행복이 아님을 배웠고, 행복은 우리 마음과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가난, 자비, 평화, 정의를 마음에 새기고 예수님처럼, 예수님과 함께 오늘 하루를 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격려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오늘 하루 무사히 하늘 나라에 우리 이름을 쌓아 올렸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행복하면 됩니다. 우리가 받을 상은 바로 행복입니다. 우리 상 받을 만합니다. 우리 자신에게, 이웃에게 자격 있다고 이야기 해주세요.

행복하실 거죠!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동일 신부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