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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생명위·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공동 주최 ‘노년의 삶과 의미’ 학술세미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4-10-28 수정일 2014-10-28 발행일 2014-11-02 제 291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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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생명·지혜의 전달자” 인식 확대돼야
노인 경시하는 현대사회 풍토에 경종
성경, 풍부한 경험으로 후세대 이끄는
은총 충만한 존재로 노인 묘사
‘아름다운 노년’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노년의 삶과 의미’ 학술세미나 모습.
성경은 노년을 대체로 긍정적이고 영예롭게 여기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현대 사회의 노인들에 대한 경시는 “성경 가르침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 사업을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민남현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는 10월 25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에서 ‘노년의 삶과 의미’를 주제로 마련한 제29차 정기 학술세미나에서, 현대 사회는 ‘생산력이 없고 노쇠했다’는 이유로 노인들의 존재가치를 소홀히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민 수녀는 ‘성경에 나타난 노인의 존재 가치’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성경은 노인들을 생명과 지혜의 전달자, 교육자이자 믿음의 증거자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즉 노인의 존재 가치를 종교적·사회적·윤리적 차원에서 높이 평가하고, 삶의 경험이 풍부해서 “후세대에게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연결시켜주는 고리이며 인간 삶의 질서를 제시하고 건설하는 지혜”라고 말했다.

민 수녀는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 외에, “노년은 분명히 육체적·정신적인 한계와 약점도 갖고 있다”고 덧붙임으로써, 노년기의 긍정적 결과는 ‘하느님 은총의 열매’이며 신앙을 벗어나 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오늘날 소외계층이 된 노인의 삶 전반을 짚어보고, 교회의 사목적 배려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노년기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세미나는 ‘노인의 사회, 문화적 역할’(이향만 교수·가톨릭대학교 의대 인문사회의학연구소 연구교원), ‘노년의 건강과 사랑’(신정숙 수녀·인보성체수도회), ‘노인의 노동과 경제 활동’(문진영 교수·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장) 등의 주제 발표를 통해 노년기에 맞는 도전들을 다각적으로 점검했다.

이향만 교수는 “노년의 아름다운 삶은 개인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없고 사회적 관심과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며 “노인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와 연민은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신정숙 수녀는 “성경은 노년의 한계를 나타내는 육체적 노쇠 역시 단지 영혼이라도 팔아 젊음을 되찾고 싶게 하는 절망도 아니며, ‘생명을 주는 사랑’도 할 수 없는 허무의 상태가 아니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또 신 수녀는 “오히려 노년은 쇠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은총과 능력으로 충만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사랑과 신앙을 실천하도록 불리운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진영 교수는 노년기의 가장 현실적 문제인 경제활동과 빈곤 문제를 점검, 노인들을 포함한 저소득층에게 집중된 경제 위기 상황을 우려하고 노인 경제활동 활성화를 통한 빈곤율 감소 정책을 제안했다. 문 교수는 특히 노후소득보장체계 강화, 노인 일자리의 질적 제고, 최저임금 수준 준수 및 유연한 근무 형태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대리 유경촌 주교는 환영사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노년층은 소외 계층으로 내몰리고 노인의 건강과 복지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고 지적하고 “노년 계층이 사회와 소통하고 보람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회 공동체와 사회의 과제”라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