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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주교구장 김창렬 주교, 재임 당시 사목 서한 엮은 「집을 나서기 전에 남기는 글」 발간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4-10-28 수정일 2014-10-28 발행일 2014-11-02 제 2917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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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과시하기보다 ‘무세(無勢)의 길’ 걸어야”
62년 사제 생활 성찰… 당부 담아내
1984~2002년 쓰여진 글들이지만
시대 넘어서는 안목·영성 드러나
다양한 예화·체험 진솔하게 고백 
김창렬 주교는 “세를 부린다면 교회의 위상이나 품위는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진은 2013년 사제서품 60주년을 맞은 김창렬 주교의 회경축 축하연에서 제주교구 김창훈 신부, 김창렬 주교, 교구장 강우일 주교(왼쪽부터)가 축하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 사진
“보편교회는 오랜 기간 ‘세’를 길렀고, ‘세’를 누렸으며, ‘세’를 과시하고 휘둘렀습니다. 한국교회 역사도 선교 초기 정도만 ‘무세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부활과 영생에 들어가는 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리와 행동으로 보여주신 ‘무세(無勢)의 길’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아야 합니다….”

햇수로 62년째 사제로 살고 있는 교회의 어른이, 오랜 시간 성찰과 묵상 안에서 내놓은 당부들이다. 그는 한국교회를 향해 “영원의 관점에서는 그리 대단치 않은 인간 세상의 문제들을 대의명분으로 내걸고 요란스럽게 ‘세’를 부린다면 우리 교회의 위상이나 품위는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재물을 숭배하는 세태, 사회의 부정적인 사건 등이 기쁨을 잃게 만드는 모습 등을 지적하고, 해법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사랑과 자비를 강조했다.

김창렬 주교(전 제주교구장)는 지난 2002년 교구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줄곧 ‘은수자’로 살고 있다. 특히 김 주교는 은수생활을 하며 마음과 머리로 느낀 많은 생각과 묵상을 글로 엮어 사제들은 물론 신자들과 나눠왔다.

최근 펴낸 「집을 나서기 전에 남기는 글」에는 제주교구장을 지내며 발표했던 부활·성탄 사목 서한들을 한데 담아냈다.

김 주교는 이 글에 관해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내가 세상에서 깃들여 온 이 집을 나서기 전에 남기고픈 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제는 예언직, 사제직, 왕직을 수행할 사명을 받은 사람들이며, 주님의 양들을 가르치고 성화하는 일이 맡겨져 있다”며 “나의 이 글은 그 가운데 예언직 곧 가르치는 일에 속한다”고 밝혔다.

각 글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원, 위로와 응원 메시지를 품고 있어 머리보다 마음에 먼저 새겨진다. 1984~2002년에 썼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을 넘어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적용할 수 있는 깊은 안목과 영성적 성찰이 드러나는 글이다. 다양한 예화와 김 주교의 체험 등도 솔직하게 풀어내, 일반 신자들이 보다 쉽게 교회 가르침에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끈다.

또한 김 주교는 이 책의 머리말을 통해 “나는 ‘가정교사’로서 큰 부담을 느끼지도 않고, 내 직무에 대해 지나친 책임감이나 허망된 욕심을 가진 일도 없다”며 “이 글은 내가 쓰기는 했지만 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나의 주님의 글을 대필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