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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정평위 ‘… 신자유주의와 교회의 응답’ 주제 정기세미나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4-10-28 수정일 2014-10-28 발행일 2014-11-02 제 291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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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공동선 위해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인간 존엄성 훼손·생태계 파괴 등
자본 통제 못해 각종 문제 발생
시민합의회의 등 도입도 논의
10월 21일 열린 주교회의 정평위 정기세미나에서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인간 존엄성 훼손, 생태계 파괴 등 인류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의 이면에는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국가에 적잖은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하느님 보시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그리스도인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 이하 정평위)가 10월 21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새로운 독재’와 국가:신자유주의와 교회의 응답’을 주제로 연 2014년 정기세미나에서 나왔다.

이날 행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새로운 독재’(제56항)로 칭한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경제체제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교회의 올바른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발제에 나선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은 대표적 복지국가로 손꼽히는 덴마크를 사례로 들며 “현실의 정치·경제·사회에서 실제로 인간다운 삶을 위해 힘을 발휘하고 조절하며 통제할 수 있는 기구는 국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발행인은 “소통과 공유 공간으로 유효한 시장과, 국가마저도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자본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맞닥뜨린 수많은 문제들은 자본이 시장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와 같은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덴마크의 ‘시민합의회의’와 같은 ‘숙의민주주의’ 모델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가톨릭대학교 조돈문 교수는 ‘삼성의 사회적 지배’를 주제로 한 기조발제를 통해 성공한 글로벌기업이라는 평가와 함께 경영권 독점과 세습 등 불법비리 기업이라는 양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삼성을 새로운 독재 권력으로 지목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사실상 삼성그룹에 대한 규제를 포기하면서 오히려 삼성이 국가를 지배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새로운 독재’ 앞의 권리’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심화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 침해에 관한 12가지 사례를 제시하며 “현재의 정치 아래에서 국민은 권리의 주체가 아닌 권력집단의 결정에 순응해야 하는 피지배 대상으로 취급될 뿐이다. 국민들의 주권 회복을 위해 교회와 국민이 힘을 모아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교구 정평위 위원장 이동화 신부는 ‘새로운 독재와 교회의 응답’을 주제로 한 종합발표를 통해 “우리나라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연대에 기반을 둔 노조활동 역시 성숙하지 못해 당분간 ‘새로운 독재’인 신자유주의의 거센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 신부는 또 “국가는 사회 전체의 이익, 공동선을 위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교리의 핵심적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용훈 주교는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이번 세미나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성찰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우리의 이런 울림이 보다 더 큰 공감을 얻어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