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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교회는 참된 토론이 필요했다 / 박영호 취재1팀장

박영호 취재1팀장
입력일 2014-10-21 수정일 2014-10-21 발행일 2014-10-26 제 291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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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위 이후 끊임없이 새롭고 신선한 충격을 선사해 왔지만 이번에도 역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19일, 2주의 회기를 마치고 폐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세계주교시노드)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구석에서 입으로만 떠들면서 직접 눈으로 보기 힘들어 하던, ‘열려 있는’ 토론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교황 자신의 말대로 우리는 좀 더 성숙하기 위한 1년의 시간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처럼 교회의 가르침과 동떨어져 있는 가정과 가정생활을 생명과 존엄이 가득한 성가정으로 만들기 위한 사목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우리는 여전히 1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다. 이번 시노드에서 제기되고 논의된 내용들은 그야말로 생생하다. 그렇게 ‘리얼’할 수 있는 이유를 필자는 몇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 하나는 이미 시노드 사전 준비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이론이나 경직된 교리적 입장보다는 실제로 우리네 가정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풀뿌리에서부터 들여다 보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과연 얼마나 충실하고 충분하게 이러한 조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하지만 전례없이 광범위한, 일부 교구에서는 인터넷 설문조사까지 해가면서 의견과 체험들을 수렴하기 위해서 노력한 사전 준비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교황 자신의, 기탄없는 의견 제시에 대한 촉구와 요구이다. 시노드 개막 이전부터 시노드 중간 중간까지, 교황은 끊임없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결코 교황 스스로를 포함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거스를까도 생각하지 말고, 세속적인 배려도 하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노드 전반은 이러한 교황의 격려와 고무에 힘입어, 동성애 문제나 이혼 후 재혼 신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등의 예민하고 첨예한 논란이 예상되는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못할 말, 안할 말 없이 토론하는 자유롭고 거침없는 분위기로 이끌렸다. 심지어 세간에서는 교회의 분열을 논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황은 이에 대해 교회의 일치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 자신의 존재 자체로서 확보되고 보증된다고까지 말하면서 이러한 의혹의 시선을 불식했다.

최종 문서의 초안이 작성되고 투표를 거쳐 수정되는 과정만 보더라도, 우리는 이번 시노드가 얼마나 자유롭고 거침없는 토론의 장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교황 자신은 이러한 모습 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목적과 취지가 충분히 성공적으로 확보된 것으로 만족스러워하는 듯하다. 어쩌면 바로 이런 모습이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이 원하던 참된 토론의 장으로서 시노드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번 주교시노드를 관통하고 있는 정신, ‘자비’의 정신이 생생하고 논쟁적인 시노드를 만들었다는 생각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교회는 아버지의 집이고, 그래서 스스로를 옳다고 생각하는 정의로운 사람들보다 오히려 자신이 죄인이며, 그래서 회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삶의 온갖 질곡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열려 있다고 교황은 수시로 말한다.

세계주교시노드 역시 이처럼 가정 안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 고통을 겪고 있는 가정들을 위해서 교회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대답을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교황과 교부들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과 가정들의 신음 소리를 귀를 열고 들으려고 했고, 각자 자신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함께 논의하려 했던 것이다. 그 바탕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일 수밖에 없다. 교회 안에서의 참된 토론이라면 이처럼 사랑과 자비에서 그 동기를 얻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박영호 취재1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