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동성애·이혼 대한 교리 재확인… ‘프란치스코식 열린 토론’ 성과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4-10-21 수정일 2014-10-21 발행일 2014-10-26 제 2916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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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0월 주교대의원회의 총회까지 논의는 계속
10월 18일 주교대의원회의 오전 회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교 시노드 사무총장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과 이야기 하고 있다.【CNS】
지난 10월 13일 발표된 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최종 보고서 초안에서 나타난 획기적인 전환의 문구들은 18일 투표를 거치면서 상당 부분 폭이 좁아졌다. 즉 동성애에 대한 놀라울 정도로 열린 어투는 투표에서 3분의 2 득표를 하지 못함으로써 통과되지 못했고, 이혼 후 재혼 신자들에 대한 영성체 역시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시노드는 교회 안에서의 토론에 있어서 보다 넓은 개방성과 활발한 토론이라는 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해석된다. 최종문서는 교회 안의 모든 사람들이 토론의 과정에 함께 하라는 초대이고, 바로 이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정으로 원하고 기대하던 것이었다.

사목자로서 주교들은 매우 심각한 갈등에 봉착한 것이 사실이다. 즉, 어떻게 교회가 분명한 가르침을 주는 교사이면서도 동시에 사랑에 가득 찬 어머니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딜레마이다. 사실상 모든 부모들은 이러한 긴장과 딜레마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시노드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이상적인 전통주의자인 주교들이 분명히 있다. 교황은 이를 일러 폐막 미사 강론에서 “무엇을 알고 있는지는 분명하게 확신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배우고 이뤄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하는 열성적인 전통주의자 혹은 지성인들”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교들은 사목자로서 만약 지나치게 ‘수용적’이면 사람들이 모든 성적 결합이 똑같다거나 굳이 교회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대부분의’ 주교들은 단지 어떻게 동시에 사랑 가득한 부모와 선명한 교사가 될 수 있을지를 알아채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지나치게 오랫 동안 주교들은 선명한 태도를 취하는데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시노드 최종 문서의 내용, 즉 논란이 된 몇 가지 첨예한 이슈들에 있어서 교리적인 입장이 재확인되고 사목적으로 새로운 정책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번 시노드의 결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노드 개최 취지와 목적을 풍부하고 성공적으로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교황 자신이 자신의 판단과 지향만을 강요하기를 원했다면, 애당초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지시를 내리기만 하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대신에 주교들을 열려 있는 집단적 토론의 장으로 초대했다. 교황은 일반 언론들이 성급하게 보고서의 최종 결과만 두고 판단하려는 것과는 달리, 시노드의 전 과정을 애초부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교황은 시노드가 시작되기 전부터, 개막 미사 강론에서 모든 주교들이 아주 ‘자유롭게’ 자기 뜻을 표시해주기를 강력하게 권고했다.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교황 스스로 되풀이해서 말했으며, 최종 보고서 자체가 시사하듯이, 이번 주교시노드 임시총회는 최종 결과가 아니다. 이 보고서와 교황의 폐막 연설은 내년 10월에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까지 남아있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편교회 전체가 함께, 더 깊이 성찰하기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이번 시노드가 개방적인 토론과 논의,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큰 성과라고 판단한다.

■ 최종 보고서, 초안과 달라진 부분은

‘동성애자 환대’ 항목 삭제

이혼 후 재혼자 영성체 허용은

투표서 무산… 논의 여지 남겨

지난 13일 최종 보고서 초안은 18일 투표를 거치면서 세 군데가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개방성의 기조는 유지됐지만 구체적인 세 군데 항목, 특히 동성애에 관한 항목과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와 관련된 문단들은 투표에서 3분의 2, 즉 123표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해 삭제됐다.

초안에서는 ‘동성애자들의 환대’라는 제목의 항목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 항목은 118명 찬성에 62명 반대로 투표를 통과하지 못했다. 최종 보고서는 대신에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사목적 관심’이라는 제목의 항목으로 대치됐다. 동성애 결합이 ‘파트너의 삶에 있어서 귀중한 지지’가 될 것이라는 진술 또한 삭제됐다.

초안은 동성애자들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교회 공동체가 과연 동성애자들을 환대하는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형제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성찰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최종 문서는 그 대신에 교황청 신앙 교리성의 동성애 결합에 대한 기존의 규범들을 다시 한 번 진술하고 있다.

3분의 2 찬성을 확보하지 못해 삭제된 다른 두 항목은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에 대한 것으로 하나는 찬성 104, 반대 74, 다른 하나는 찬성 112, 반대 64표를 얻어 123표에 못미쳤다. 하지만 두 항목 모두 찬성표가 반대표의 거의 2배에 이르러 많은 주교들이 지지의 뜻을 표시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는 이혼 후 재혼 신자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더 깊은 연구를 요청하고 있다.

두 항목 중 첫번째 항목은 성직자들이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이 고해성사와 성찬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을 성찰했다”고 지적하고, 성사 참여에서 교구장 주교의 책임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을 언급했다. 그리고 그 판단에서 객관적인 죄의 상황과 외부적 환경 사이의 구별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18일 기자회견에서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충분한 합의가 없었으며, 따라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결코 어떤 내용도 교리적인 무게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교시노드 최종 문서는 내년 정기총회 준비를 위한 문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박영호 기자

■ 모든 것 ‘숨김없이’ 말하도록 격려… 현실 문제 폭넓은 대화 나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지금까지 총 13번의 정기총회와 2번의 임시총회, 그리고 중동을 포함한 대륙별 특별총회들이 열렸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집한 이번 시노드는 그동안의 시노드와는 확연히 다르다.

가장 큰 변화는 누구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것을 거의 ‘강요’하다시피하는 교황의 격려와 배려이다. 교황은 개막날, ‘명백하게 이야기할 것’을 권고하고 “‘말하면 안 되는 것과 말해도 되는 것’을 염려하지 말라”며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을 ‘숨김없이’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 2월 추기경 회의 후에도 “추기경들이 교황에게 경의를 표하면서도 무언가를 말할 용기가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시노드 안에서는 인간에 대한 존경과 소심함 따위를 내려놓고 주님 안에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에는 교황청 관리들이 시노드 참가자들에게 사제 결혼, 피임,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의 영성체 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암묵적 주의를 주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01년 주교직을 주제로 열린 제10차 정기총회에서 ‘조사위원’을 맡았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나시온과의 인터뷰에서 “한 추기경이 우리에게 무엇이 토론돼야 하고, 무엇이 토론되면 안되는지에 대해 말해주었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노드의 또 다른 성과는 이론보다는 현실을 깊이 고려하고 반영한 것이다. 이는 교회내 공적 토론의 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이며, 앞으로 모든 교회 회의에서 적용되어야 할 새로운 사목적 전통이다.

더불어 교황은 의견 대립이 있을 때, 양쪽을 중재하지 않고, 모두가 말하고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였을 때 라틴 아메리카 주교회의에서 일하던 방식을 살려, 열정적 연설로 좌중을 압도하기보다 회의 중간 틈틈이 주교들과 대화하며 의견을 합일해 나갔다. 또 매일 저녁 자유토론의 시간을 가져 주교들이 대화하는 시간을 갖도록 배려했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
폐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10월 18일 주교대의원회의 오전 회기 전경.【CNS】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