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보기’ 보다 ‘보여주기’를 /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4-10-14 수정일 2014-10-14 발행일 2014-10-19 제 291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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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보는 걸’ 좋아하는 듯하다. 영화나 책, 시계도 보고, 시험이나 일도 보고, 시장이나 집을 보기도 한다. 또 이익이나 손해를 보고 간을 보고 기회를 본다. 누군가를 그리워 할 때도 “만나고 싶다”라 하지 않고 “보고 싶다”고 말한다.

인간의 감각기관 중 80%가 넘는 의존도를 지닌 것이 시각이라고는 하지만 이쯤 되면 모든 일이 보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사람들은 많은 것을 보고, 그만큼 보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기도하는 모습이란 걸 처음 봤어요. 저도 저렇게 기도하고 싶어요.”

지난 8월 15일 솔뫼성지에서 열린 청년과 교황의 만남 시간에 한 청년에게 ‘가장 감명 깊은 순간’을 묻자 주저 없이 이렇게 답했다. 예비신자도 아니고 가족이 비신자인 것도 아니고 냉담교우도 아닌 이 청년이 기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을 리 없다. 하지만 이 청년은 처음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봤다고 느꼈다. 그동안 이 청년의 가슴을 울리는 진심어린 기도의 모습을 아무도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간 4박5일.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교황 방한 이후 많은 이들이 입교를 희망하고 냉담교우들이 회두하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교황이 4박5일을 가득 채워 우리에게 수많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교황은 참 그리스도인이 사는 모습을 보여줬고 많은 이들에게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교황은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몸소 보여줬다. 전교는 멀리 있지 않다. 미사를 ‘보는’ 신자가 되기보다 그 정신을 ‘보여주는’ 삶을 살아야 겠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