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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야전병원’ 교회 / 이주연 편집부장

이주연 편집부장
입력일 2014-10-14 수정일 2014-10-14 발행일 2014-10-19 제 291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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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자유로운 서구사회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제 이혼은 흔한 현상이다. 통계를 보더라도 반세기 전 1950년대와 비할 때 이혼율은 13배 이상 증가했다.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2000-2013년 한국 평균 조(粗) 이혼율(인구 1000명 당 이혼 건수)은 2.72%다. 50년 전 수치(0.20%)보다 13.6배 늘어난 모습이다. 한국인구학회의 ‘다중상태생명표를 이용한 한국의 혼인상태’ 발표를 참고할 때도, 결혼 후 이혼으로 치닫는 확률은 2000년 22.7%에서 2007년 25.1%로 올랐다. 4쌍 중 1쌍이 이혼을 하는 셈이다. ‘이혼 사회’라는 말이 어색치 않다.

신앙인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각 지역 교구 법원의 혼인무효와 건수 등 양상을 볼 때 한국교회도 서구 교회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사목자들 의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 한국교회 평신도사도직 단체와의 만남에서 강조했듯, 가정은 사회의 기초다. 그 말은 기초가 무너졌을 때 사회 역시 무너지고 만다는 의미일 것이다.

5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세계주교시노드) 3차 임시총회는 낙태, 이혼, 피임, 동거, 혼전임신, 동성애 등 오늘날 가정 안에서의 결혼과 성(性)을 둘러싼 첨예한 문제들을 다루면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바티칸에 다시 한 번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각 지역 참가 부부들로 부터 피임, 타종교인과의 결혼, 동성애 등 가정 안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체험과 증언을 들으며 신자들의 가정 ‘현실’에 함께 했다.

총회 최종 문서 작성 교부 6명 중 한명에 포함된 한국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바티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주교들은 현재 가정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깨닫고 있으며, 가능한 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고 보호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세계주교시노드에서 가정 문제를 다룬 것은 198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그리스도인 가정’ 주제로 세계주교시노드를 주재 한 후 34년 만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노드는 현대의 가정 위기 문제들을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현장’ 안에서 풀어가려는 교회의 절박한 고민이 담겼다고 할 것이다. 이례적으로 시노드 의안집 마련을 위해 전 세계 지역 교회를 대상으로 풀뿌리 설문조사를 시행한 것도 그런 배경이 아닌가 싶다. 이번 총회가 내년도 개최될 정기총회의 사전회의 형식이라 해도, 회의에서 다뤄진 주요 이슈들은 앞으로 교회의 가정사목 전반에 새로운 인식 전환과 구체적 사목 방안을 고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윤리신학자들과 관련 사목자들이 그만큼 바빠질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총회에서 눈여겨 볼 것은 의안집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신자들이 이혼과 재혼, 피임, 동거, 동성 결합 등 문제 안에서 겪는 아픔들을 교회 당국이 하느님의 ‘자비’를 바탕으로 ‘열린’ 마음과 관심으로 거론했다는 부분이다.

한 윤리신학자는 이를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방한 때 예수회 회원들과의 만남에서 “교회가 야전병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상기시켰다. 야전병원이 어떤 곳인가. 재난 ‘현장’의 상설 병원시설을 통해 부상자들을 돌봐주는 의료부대나 소규모 병원을 말한다. 이같은 ‘야전병원’의 의미처럼, 이번 총회는 교회가 신앙생활에 있어 양심의 가책을 갖거나 걸림돌을 지니고 있는 신자들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현장’을 찾고 들으며 고뇌와 번민을 치유하는 동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가정 사목은 가정의 부활’이라고 한 사목자는 말한다. 총회를 계기로 한국 교회 안에서도 이 시대 가정의 회복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자비’와 ‘열린’ 시각 속에서 실제적으로 모색되고 한층 더 커져나가기를 기대한다.

이주연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