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그리스도인, 제주 강정에서 평화의 길 찾다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09-30 수정일 2014-09-30 발행일 2014-10-05 제 291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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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군축평화-신학적 성찰’ 주제 평화컨퍼런스
강우일 주교 “국가 초월하는 전 인류 평화 추구해야”
‘제주 해군기지’ 공사 현장 가림막에 붙은 빛바랜 해군기지 반대 포스터들. 언젠가부터 평화가 사라진 강정, 서로를 갈라놓듯 우뚝 서 있는 회색 벽을 따라가며 9월 27일 평화대회 참가자들이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한 제주 강정에서 ‘2014 강정 평화컨퍼런스와 평화대회’가 열렸다. 국내외 평화 활동가들은 이 자리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신화화된 국가’의 허상에서 벗어나 모든 이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연대하고, 신앙에 바탕을 둔 평화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북아 군축평화-신학적 성찰과 상황분석’을 주제로 마련된 이번 컨퍼런스는 평화를 위한 신앙인의 역할을 모색하고 오늘날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기 위한 것이다.

제주교구와 예수회 한국관구가 주최한 이번 컨퍼런스는 9월 26일 제주 서귀포성당에서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평화 활동가 미쉘 나오벳 여사와 전 일본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타니 다이지 주교의 주제발표로 이어졌다.

첫 발제에 나선 강우일 주교는 두 차례 세계대전의 경험이 신격화된 국가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했고, 인간 생명과 기본권은 국가도 임의로 박탈할 권리가 없음을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그리스도인은 인간들의 공동체인 국가를 근거 없는 신화에서 해방시킬 사명”을 갖고 있다며 “지상의 평화를 쌓아 올리려면 우리 모두가 국가라는 신화화된 존재 위에 올라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를 초월하는 더 높은 궁극적 가치’ 즉 “모든 인간의 행복과 평화를 추구하는 전망을 열어갈 수 있을 때 참된 평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로서 신앙에 바탕을 둔 평화활동을 펼쳐 온 미쉘 나오벳 여사는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야 2,4)의 정신을 표방하는 플라우셰어(보습) 운동과 이라크에서의 평화활동 체험을 전했다.

그녀는 특히 “세상의 변화를 지향하는 비폭력 평화 운동은 끊임없이 성령을 초대하고 성령 안에서 마련하는 길”이며 “신앙인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평화를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키나와현에서 평화활동에 헌신하고 있는 타니 주교는 오키나와 헤노코에 이전 예정인 후텐마 비행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들을 소개하고, 특히 평화헌법을 폐기하려는 일본 정치권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영토에 귀속됐던 오키나와현이 1972년 일본으로 반환된 뒤, 본토에는 미군 기지가 줄어든 반면 오키나와현에는 더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최근 집단적 자위권을 선언했고, 이는 곧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평화헌법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평화헌법을 제자리로 돌리려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노력은 해방을 위한 투쟁의 시작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