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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124위 특집] 124위 시복 후속 조치·현황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4-09-16 수정일 2014-09-16 발행일 2014-09-21 제 2911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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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위 시성 작업 돌입… 전교회 기도 노력 필요한 때
복자 ‘시성’ 위해선 기적 심사 중요
124위 전체에게 전구 청해 나타난 영적 사실 대상으로 심사 진행
한 건만 통과돼도 전체가 성인반열에 
최양업 신부 등 2차 시복도 추진 
최양업 신부건 포지시오 제출 완료
홍용호와 80위·이벽과 132위도 약전 작성 등 시복 과정 진행 중 
복자반열에 오른 124위를 그린 김형주 화백의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이하 복자 124위)가 8월 16일 광화문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한 시복식을 통해 복자반열에 오르면서 한국교회는 이제 복자 124위의 시성을 위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복자 124위 탄생 후 교회 후속 조치

- 기도문 수정, 순교복자 호칭기도 제정, 기적 심사

우선 복자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 시복을 기원하며 신자들이 바쳐왔던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기도문’의 문구가 임시적으로 수정됐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는 복자 124위 시복식 직후인 8월 20일, 기도문 문구 중 ‘저희 신앙의 선조인 125위 하느님의 종들에게 시복시성의 영예를 허락하시어’ 부분을 ‘저희 신앙의 선조인 복자 124위와 하느님의 종 최양업 토마스 사제에게 시복시성의 영예를 허락하시어’로 바꾸어 사용할 것을 공지했다. 복자 124위가 복자반열에 올랐으므로 복자 124위에게는 시성의 영예를, 최양업 신부에게는 시복의 영예를 기도하게 된 것이다.

시복시성특위는 12일 특위 회의에서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기도문’의 문구 수정안을 논의했으며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 논의된 수정안을 보고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복자 124위가 복자반열에 오르면서 한국교회라는 지역적 범위에서 공적인 경배가 가능해져 ‘124위 한국 순교복자 호칭기도’도 이번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인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주교회의는 전례위원회에 124위 순교복자 호칭기도 제정을 위한 자문을 거쳤으며 전례위원회는 호칭기도 초안을 추계 정기총회에 보고하게 된다.

124위 복자의 시복 후 시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는 기적 심사 통과다. 124위 복자는 하나의 안건으로 시복시성이 통합추진 되고 있기 때문에 124위 복자에게 전구를 청해 가장 확실한 한 건이 기적 심사를 통과하면 124위 복자 전체가 성인반열에 오른다.

124위 복자에게 전구를 청하는 방법은 1925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한국교회 최초의 시복식인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 시복식 직후 내려진 교회의 지침과 같다. 「경향잡지」 1925년 7월호에 따르면, ‘경성 주교 민 아오스딩, 대구 주교 안 필로라노, 원산 주교 신 보니파시오’는 1925년 7월 20일 공동 명의로 ‘새로 나신 복자를 향하여 하는 축문’이라는 제목의 경문을 반포해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전구할 것 ▲복자께 기구할 때 79위 복자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것 ▲앞으로 복자들이 시성되도록 열심히 간구할 것, 간구로 인해 나타나는 영적(靈蹟) 사실이 있으면 교회에 즉시 알릴 것을 권고했다.

최양업 신부 시복과 제2차 시복 추진 상황

복자 124위와 시복이 통합추진 됐던 최양업 신부는 이번달 초 시성성에 포지시오(Positio, 시복 관련 자료를 압축한 문서)가 제출돼 시성성 역사위원회에서 성덕에 대한 심사가 이뤄진다. 이후 신학위원회 심사를 통과하고 시성성 추기경과 주교단 회의를 거쳐 2015년에는 가경자(可敬者, Venerabilis)에 오를 전망이다. 증거자인 최양업 신부는 순교자와 달리 기적 심사를 통과해야 복자가 될 수 있다. 기적 심사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제2차 시복 추진 대상자 중 ‘근현대 신앙의 증인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는 약전 작성이 완료되고 역사전문가 보고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지난 7월 시성성에 ‘장애없음’(Nulla Osta)을 신청했다. 조만간 시성성으로부터 장애없음 답변을 받으면 내년 상반기에는 시복 법정이 개정될 예정이다. 현재 법정 개정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제2차 시복 추진 대상자인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는 약전 작성 마무리 단계로 영문 번역이 병행 중이며 역사 전문가 보고서는 아직 준비가 계속되고 있다.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 중 대표 순교자인 이벽은 수원교구 손골성지 전담 윤민구 신부가 「초기 한국천주교회사의 쟁점 연구」에서 이벽의 대표 저술로 여겨지던 「성교요지」를 위작이라고 입증하며 논란이 벌어졌다.

윤민구 신부는 이벽의 시복에도 반대 견해를 주장했지만 시복시성특위 총무 류한영 신부는 “이벽의 저서가 위작이라는 논란과 이벽의 순교사실은 별개의 문제로 이벽의 순교는 별도의 연구를 통해 확인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류한영 신부는 이어 “「성교요지」 위작 시비는 한편으로 이벽이 일제시대에 이미 개신교회에도 널리 알려졌을 만큼 평판을 얻고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해 이벽의 시복에 장애가 없음을 시사했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