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황 방한 후 ‘세월호’ 규명 촉구 잇달아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4-09-16 수정일 2014-09-16 발행일 2014-09-21 제 2911호 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사제들 가장 먼저 목소리 결집
수도회·평신도 단체도 적극 활동
공동 기구 구성 구체적 방안 찾기로
전국에서 모인 사제·수도자·평신도들이 9월 4일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8월 25일부터 광화문에서 기도회를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 8월 14~18일까지 4박5일 간 진행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교회 안팎의 관심을 새롭게 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전 일주일 동안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분향소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886명이었다. 이에 비해 교황이 방한한 14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간은 하루 평균 1003명이 분향소를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날짜별로 살펴보면 교황 방한 전인 13일 492명 수준이던 방문객 수는 14일 596명, 15일에는 3583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를 두고 평소 가난한 이의 벗,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의 벗으로 알려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8월 19~21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를 보면, 교황 방한 일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로 ‘세월호 유가족 만남·위로’라고 꼽은 이들이 전체의 19%로 가장 많았다. 또한 한 포털사이트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 중 전한 가장 감동 깊은 메시지를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6265명의 응답자 가운데 46%(2876명)가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한 것을 꼽았다.

이처럼 교황이 방한 기간 중 보여준 행보로 세월호 문제는 내외신을 통해 다시 한 번 부각됐고,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 안에서도 세월호 문제를 둘러싼 시각의 변화가 적잖이 감지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이 정치적으로 호도되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먼저 나선 이들은 사제들이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 이하 사제단)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대통령의 회개, 책임 있는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단식기도회를 제안하고 지난 8월 25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노숙 단식에 돌입했다. 이 기도회에는 매일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1000명 가까운 이들이 동참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에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도회 참가자들 가운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적잖았다.

부산에서 올라와 기도회에 참석했다는 박재원(안토니오·45)씨는 “교황이 전해준 울림으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잠깐이나마 기도회에 참석하게 됐다”면서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울어주고 공감하려는 교황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 교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영성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9월 1일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유가족과 새누리당의 3차 면담이 결렬되자 새로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사제, 수도자, 평신도를 아우르는 공동 대응 기구를 구성키로 하고 발 빠른 모색에 나서고 있다.

또한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영호 신부)가 8월 25일부터 매일 오후 7시 대구대교구청 성모당에서 평신도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대구지역 천주교 기도회’를 시작한 것을 필두로 다른 지역들로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나아가 각 수도회와 평신도 단체들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을 내놓고 있다.

두물머리 복음화연구소 황종렬(레오) 소장은 “교황이 보여준 대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공감하는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문제 해결은 쉬워진다”면서 “교황은 공감은 대화를 낳고 대화는 ‘정의와 선과 평화’라는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적일 수 없다’는 교황의 메시지를 잘 새겨듣지 못하면 힘없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 결국 우리 역시 불행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