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51) 나를 믿어준 신부님 ②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09-02 수정일 2014-09-02 발행일 2014-09-07 제 291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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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식이 아닌, 그저 믿어주는 노력
“신부님을 향한 하느님의 부르심은 참 오묘하네요!”

“본당 신부님 덕분에 청년 캠프는 잘 끝났고, 나는 진로를 다시 고민하게 되었지. 대학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그렇게 세상을 사는 것도 비록 나쁘지는 않지만, 당시 나는 ‘우리 본당 신부님 같은 그런 삶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야. 특히, 만나는 모든 젊은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하는 것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지.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젊은이들의 열정을 보듬어 주고, 젊은이들이 지니는 그 사랑을 어루만져 주면서, 그들의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

“그런 마음으로 사목을 하고 계시기에 신부님은 지금도 가는 본당마다 청년들에게 그리 인기가 많으시구나!”

“에이, 그런 말하지 마. 원래 예수님이 인기가 많은 분이셨잖아. 사실 나는 사제가 된 후 내 삶을 바꾼 그 신부님의 모습처럼, 나도 내가 만나는 청년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쉽게 잘 안되더라. 첫 본당 보좌 신부 때 일이야. 당시 나는 청년회 담당을 맡았는데, 나는 내 나름대로 청년들에게 잘한다고 생각을 했어. 그런데 부끄럽게도 청년회 지도 신부로 청년들과 한 번도 하나가 되지는 못했지. 내가 아무리 그들에게 필요한 뭔가를 채워주고, 잘해 주어도 그들은 계속해서 나를 힘들어했어. 나는 그 이유를 모르고, 내가 꿈꾸는 청년회가 안 되다 보니, 나의 마음도 청년들에 대한 열정이 점점 시들어 갔고, 왜 우리 청년들은 내 마음을 왜 몰라주나, 그런 생각만 했던 거야.”

“신부님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사실 본당 청년에는 청년회장, 부회장, 총무가 있잖아. 그런데 나는 내가 청년회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내 방식대로 청년회를 이끌려고만 했었어. 그러다 보니 청년회장이나 그 밖의 간부들은 단지 나의 보조자로 생각한 거야. 그리고 내가 청년들을 좋아한다는 생각에 내가 원하는 청년회를 만들고 싶었던 거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뭐 어떡해. 하루는 전체 청년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본당 청년들에게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뭐든지 하라고 주문을 했지.”

“그랬더니 뭐래요?”

“그중에 한 명이 나에게 말하더라. ‘신부님, 저희들이 알아서 청년회를 꾸려 나갈 수 있도록 그냥 뒤에서 가만히 믿어 주시면 안 돼요’ 그 말을 듣는데 정말 놀랐어. 우리 청년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뭐든지 해주는 신부님보다는 자신들이 하는 일들, 자신들의 아픔, 자신들의 좌충우돌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신부님을 원했다는 걸 알게 된거지. 그때 정말 많이 깨달았어. 그 후로 본당에서 청년회뿐 아니라 다른 단체를 담당할 때마다, 나 자신을 위해 늘 기도하게 되더라. 내가 만나는 이들에게 뭐든지 잘해주는 신부가 되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 믿어주는 신부가 되게 해 달라고.”

내 방식대로의 관심과 사랑을 접고, 좌충우돌하는 이들을 뒤에서 믿어주는 것!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그리 사신 분이라, 예수님께 기도하며 믿어준다면 관계의 고비는 잘 넘어가리라 생각됩니다. 순간순간, 함께 성숙하면서 말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