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고] 주님을 찬미하고 공경하라 / 차기진 박사

차기진(루카·양업교회사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4-09-02 수정일 2014-09-02 발행일 2014-09-07 제 291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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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敬天) 얼마 전부터 주목을 받게 된 두 글자. 안중근 토마스 의사가 1910년 2월 14일 사형 선고를 받고 쓰기 시작한 유묵 60여 점 가운데 하나다.

이 유묵이 교회 품에 안기게 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부터 두 글자에 담긴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예전에 이 유묵이 방송에 소개됐을 때, 그리고 또 다른 유묵 ‘극락’(極樂, 보물 569-19)을 우연히 접했을 때 고민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민을 푸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본 도쿄의 야요이(彌生)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는 유묵 ‘천당지복 영원지락’(天堂之福 永遠之樂) 여덟 글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위의 세 유묵에는 모두 “경술(1910년) 3월 여순 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쓰다”라는 간기가 적혀 있다.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그의 심경은 물론 마지막 순간까지도 교리의 가르침을 깊이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영원히 전하고픈 하느님(천주) 공경과 천당 믿음.

사형 선고를 받던 날 안 의사는 아내 김아려(아녜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고 공경하라”(경천)고 부탁하는 그의 ‘더없이 편안하고 안락한 심경’(극락)에는 ‘천당 복락은 영원하다’는 믿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예수 주님을 찬미하오. … 우리 서로 헤어지게 되었으나, 멀지 않아서 주님의 은총에 의해 천당 영복의 땅에서 영원히 모일 것이오.”

일찍이 안 의사는 성 정하상 바오로의 「상재상서」에 감동을 받아 입교를 결심했다. 이 글은 성인의 부친이요, 이제는 복자품에 오른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의 저술 「주교요지」의 축소판이다. 안 의사는 이분들의 모범을 간직한 채 일생을 살았고, 사형 집행을 당하는 순간까지도 그 가르침을 자신의 신앙에 눌러 담고 있었다.

그 열하루 전인 3월 15일. 안 의사는 여순 감옥에서 자서전 「안응칠 역사」를 완성했다. 한 권의 교리서도 없는 상황에서 오직 가슴에 품은 진리를 그대로 자서전에 옮겨놓았다. “천주께 몸을 바쳐 봉사하고, 천주의 의로운 아들이 되어 천당의 무궁한 복락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복자 정약종도, 성인 정하상도 그랬다.

성인은 「상재상서」를 통해 “하느님을 공경하라. 천당의 복락은 영원하다”는 것을 힘써 깨우치고자 했다. 이를 알고 믿었기에 안 의사는 죽음을 앞두고도 지극히 편안한 마음을 간직할 수 있었다.

이제 숭고한 진리는 유묵을 통해 우리 신앙 후손들에게 전해지게 됐다. 게다가 지난 8월 4일에는 안 의사의 신앙 유묵 세 점 중에서 ‘경천’ 두 글자가 영원히 교회 품으로 돌아왔다. 이를 바라보노라면 신앙 선조들에게 면면이 이어져온 가르침이 가슴에 와 닿는다. ‘경천’이 보물로 지정됐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하다.

차기진(루카·양업교회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