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청년대회] 각국 대표 참가자들

서상덕 기자,이도경 기자,박지순 기자,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4-08-19 수정일 2014-08-19 발행일 2014-08-24 제 290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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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교회, 미래 ‘희망’을 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6차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에서 “청년들은 교회 미래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교회의 현재에도 반드시 필요한 사랑받는 지체입니다”라고 말했다. 대회에서 얻은 체험과 감동을 안고 다시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는 청년들은 아시아 복음화의 주역이다. 이번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가슴에 품은 복음화 사명을 들어봤다.

■ 일본 마나미·유리에·히로미 자매

모두 한 형제자매처럼 어울린 시간

“한국, 그리고 한국교회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듭니다. 한 형제자매처럼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시아청년대회(Asian youth day·AYD)에 참가한 일본교회 청년들 가운데는 가는 곳마다 눈길을 붙잡는 이가 있었다. 바로 마나미(21·스테파니아·고베교구 로꼬본당)·유리에(20·마리아 엘리사벳·〃)·히로미(베로니카·12·〃) 타카하시 자매가 그 주인공. 친자매지간인 이들은 처음 한국을 찾은 막내 히로미양을 비롯한 모두가 자칭 친한파(親韓派)가 되고 말았다.

“아시아 여러 곳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감격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이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채 조금씩 키워나간다면 주님 보시기에 마음에 드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 AYD 행사에 참가한 세 자매를 끌어당긴 것은 기대 이상으로 열려있는 또래 청년들의 모습이었다. 안으로만 향해 있는 듯한 일본교회 청년들에 비해 밖으로 열려있는 모습을 지닌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뜻 깊었다는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젊은이들에게 당부한 화해와 평화로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법을 배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태국 통디씨

‘사제되자’는 다짐 더욱 굳힌 계기

“믿음이 강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태국에서 온 청년 통디(Tongdee Subsatit·20)씨는 한국의 수많은 청년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톨릭 인구가 거의 없는 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톨릭 문화를 접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청년들이 신앙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정말로 부러웠어요. 태국에서는 내가 가톨릭 신자임을 드러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는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가하기 전 한국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 한국 가톨릭 역사를 살펴 어떻게 신자가 많아질 수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며 제 믿음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제가 되길 바라는 지금의 마음 변치 않고, 태국에도 가톨릭 신앙을 하는 사람들이 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홈스테이를 하면서 가족들이 함께 기도를 바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며 “가정의 기도와 신앙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참 신앙인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믿음·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년들을 보면서 큰 힘을 얻고 갑니다. 태국에서도 언젠가 아시아 청년대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 싱가포르 베스 쿽씨

“교회 지탱하는 ‘청년 저력’ 확인했어요”

한국 방문이 이번이 두 번째인 베스 쿽(Beth Kwok·28·싱가포르대교구)씨는 한국교회 사랑에 푹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싱가포르 교회 청년들에 비해 한국교회 청년들은 훨씬 더 열려 있고 포용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교회 순교자들을 닮은 것일까요.”

한국 사회와 교회에 대한 이해가 남다른 쿽씨는 한국 청년들에 대한 부러움도 숨기지 않았다.

AYD 본 행사가 열리기 전 사흘간 광주대교구에 머물며 한국 청년들과 시간을 보낸 그녀는 특별히 광주가톨릭대학교에 놀라움을 표했다.

“한국교회가 AYD 행사를 잘 준비하고 치러낼 수 있었던 저력은 다름 아닌 청년들 자신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성소자가 넘쳐나는 한국교회, 그런 교회를 지탱하는 힘이 바로 청년들에게 있음을 확인했다는 쿽씨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싱가포르 교회로 한국 청년들을 초대했다.

“부족하더라도 기꺼이 나눌 줄 아는 마음은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눔을 통해 서로가 조금씩 더 성장할 수 있어 뜻 깊은 만남이었습니다.”

■ 베트남 탄 티띠엔씨

“청년들 함께 어울리는 모습 부러워요”

“친구들과 신앙생활 함께하는 한국 청년들이 부럽습니다.”

한국 청년들과 어울려 유독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베트남 청년 탄 티띠엔(Than Thidien·30)씨는 세상에서 성당이 제일 좋은, 신앙심으로 똘똘 뭉친 청년이다.

“베트남에도 한국처럼 순교자들이 많고 성인도 있습니다. 그래서 왠지 한국과 한국의 청년들에게 더 친근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5년 전에도 한국을 찾은 적이 있는 그녀는 “한국 친구들은 신앙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 외에는 선교가 자유롭지 않은 조국 베트남에서는 친한 친구들을 성당으로 데려갈 수 없어 아쉽다는 설명.

탄 티띠엔은 “아시아 청년대회를 참가해보니 각 나라의 청년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고 신선한 프로그램이 많아 즐거웠다”면서 “베트남에 돌아가면 성당에 가서 청년들과 함께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황님을 만나는 시간에 교황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정말 황홀한 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교황님께서 우리 베트남에도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필리핀 세스콘 레아 크리스틴씨

다양한 문화와 어울린 잊지 못할 기억

태어나자마자 유아세례를 받고 줄곧 신앙적 분위기에서 자라왔다는 세스콘 레아 크리스틴(Sescon Rhea Christine·23)씨는 AYD 행사기간이 새로운 행복을 체험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필리핀 성 요한회(St. John Congregation)에서 활동하고 있는 레아씨는 “다른 문화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함께 기도하고 다 같이 하느님을 찬미했던 경험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복음화율을 보이고 있는 필리핀교회이지만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세속주의 흐름이 교회 안으로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면서 많은 청년들이 개인주의와 물질주의 등에 젖어들어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실은 필리핀교회라고 예외일 수 없다.

“아시아 청년들만이 가지고, 또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공통된 게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당장 명쾌한 답을 찾아내진 못했지만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레아씨 또한 청년대회가 믿음에 열려 있는 장이었다는 점에 공감했다.

“청년들의 믿음이 열리고 향해야 할 곳은 하느님 나라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긴 시간이었습니다.”

■ 동티모르 펠릭스 카밀로 수사

훌륭한 전통·역량의 한국교회에 감탄

그는 또래와 고민을 나누는 청년이자 이제 갓 성소의 길에 들어선 수도자였다.

동티모르에서 온 펠릭스 카밀로(Felix Camilo·29·예수회) 수사는 한국교회의 뿌리와 역사에 쏙 빠져든 모습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지 올해로 12년을 맞은 동티모르교회는 물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수용력이 뛰어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릴리교구 아이라코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AYD가 청년 그리스도인으로 정체성을 다질 수 있는 행사였다고 평했다.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에서 온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웃고 울며 각자가 지닌 신앙을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친구들과 소통하는 동안 제 안에 있던 하느님에 대한 생각과 정신도 부쩍 자라난 느낌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런 자리에 또 오고 싶습니다.”

경제적 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신앙생활만은 여느 교회 부럽지 않다는 그였지만 한국교회에 대한 부러움은 숨기지 못했다.

“한국교회는 보배로운 전통과 훌륭한 역량을 갖춘 교회입니다. 청년들 또한 넘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함께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이제 그 행복을 저희가 나눠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아르헨티나 일다 데리나 빌까 수녀

“청년에 거는 희망…, 생생히 목격했죠”

“하느님께 대한 열정이 얼마나 다양하고, 또 아름다울 수 있는지 함께 느끼고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 AYD 행사에 참가한 이들 가운데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고향인 아르헨티나 청년도 있었다. 주인공은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일다 데리나 빌까 수녀(35·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

우리 시대 다른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빌까 수녀는 또래 청년들과 함께한 이번 행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청년들에게 거는 희망의 뿌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처음 어울리는 한국 청년들, 그리고 아시아 청년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신앙을 볼 수 있어 뜻 깊었다는 빌까 수녀는 어디서든 청년들을 쉽게 하나로 만들어주는 힘은 예수님을 닮은 열린 마음이라고 밝혔다.

“하느님에게서 희망을 찾고 그 희망을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청년들에게서 교회의 미래를 보았다”는 그녀는 “서로에게서 희망을 확인할 수 있는 이런 장이 자주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서로의 발을 씻겨주며 하느님께서 우리 청년들을 잘 이끌어주시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 인도 크라스타 셸던씨

공통점 많은 한국-인도 청년들

한국의 에너지·역동성 배우고 싶어

인도 뉴델리에서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크라스타 셸던(Crasta Sheldon·25)씨는 “인도 청년이 바라보기에 한국 청년들은 놀랍고(amazing) 친절하고, 낯선 사람을 환대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인도 청년들도 한국 청년들과 비슷한 면이 많지만 새로운 일에 용기를 내는 면에서는 인도 청년들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아청년대회에 인도 뉴델리 청년 담당 사제들과 함께 참석한 크라스타씨는 “인도에는 가톨릭 신자가 많지 않은데 저는 매주일 빠지지 않고 성당에 나가서 미사를 봉헌하고 청년단체 지도자도 맡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크라스타씨는 아시아청년대회 참석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청년들과 교류할 수 있어 무척 흥미로운 시간이며 특히 한국 청년들의 에너지와 역동성이 돋보인다”고 답했다.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서는 “대학생이자 가톨릭 청년 지도자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상덕 기자,이도경 기자,박지순 기자,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