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해외 언론 반응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4-08-19 수정일 2014-08-19 발행일 2014-08-24 제 2909호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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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적·사목적 ‘아시아 파급효과’에 관심
 ‘첫 아시아 방문지’이자 ‘분단국가’라는 점 주목
 동북아 평화·화해 분위기 조성할 ‘사도’로 부각
“시복, 교회뿐 아니라 사회에도 긍정 영향” 관망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사목방문에 대해 해외 언론들은 정치적·사목적 관점 등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을 내놓으며 관심을 표명했다. 사진은 아시아 가톨릭 통신사 유캔(Ucanews) 홈페이지 시작화면.
교황의 해외 순방은 모든 해외 언론들에게 초미의 관심사. 특히 이번 순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아시아 방문이자, 유일한 분단국 한국의 국제 정치적 의미, 동북아 긴장의 한가운데라는 지정학적 위치 등으로 인해 평화와 화해의 사도, 교황 순방국으로서의 화제성이 더 돋보였다.

대부분 해외 언론들은 연일 교황의 행보를 시간대별로 보도했다. 가톨릭계 통신사들도 화제성 분석의 틀을 넘어, 교황 방한이 갖는 사목적 의미에도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시각의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 해외 가톨릭 언론 보도는 방한 현장과 이벤트들의 상세 보도를 넘어서 방한 의미, 파급 효과에 대한 분석까지 폭넓다. 이들 외신들은 교황 방한이 시작된 14일 이전, 올초부터 다양한 분석과 예고 기사들을 통해 교황의 한국 방문을 다뤄왔다.

중요한 보도 방향을 보면, 우선 분단 국가로서 교황 방한이 동북아 평화 정착에 미칠 영향, 순교자 시복이 교회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정신적·문화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강조하는 교황의 메시지 등이다.

여기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특별법 제정 요구와 맞물려, 즉위 후 첫 순방지로 람페두사를 방문해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했던 교황이 이들에 대해 어떤 위로과 배려를 할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고, 실제로 세 차례에 걸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시복식에 유가족 600명을 초대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인 교황의 모습을 상세하게 전했다.

일부 외신은 특파원을 직접 파견, 현지에 대한 폭넓은 취재를 통해 이벤트로서의 방한 취재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내의 과제, 교회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아시아뉴스(AsiaNews)나 유캔(Ucanews) 등 아시아 지역 전문 통신사들은 좀 더 아시아에 특화된 특집과 뉴스들을 쏟아냈는데, 특히 중국 쪽의 이번 방한에 대한 관심과 관련 사안들을 깊이 있게 다뤘다.

의미 있는 외신 기사를 요약, 소개한다.

바티칸인사이더

교황청 국무원장 인터뷰 소개

“교황 방한, 아시아 미래 위한 일”

‘바티칸인사이더’(Vatican Insider)는 교황 방한 이틀 전인 12일자에서, 바티칸 TV가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추기경은 이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지닌 주요한 의미들을 설명했다.

관련 이슈에는 아시아 복음화, 아시아 청년대회, 124위 한국 순교자 시복, 남북 대화와 화해 등이 포함된다. 또 아시아 민족들의 하느님에 대한 열망,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고통받는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한국교회의 선교 노력 등 다양한 측면들을 포함한다.

다음은 인터뷰 일부 요약이다.

문 : 프란치스코 교황은 브라질 방문 직후 “저는 아시아에 가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시아 방문이 중요한 이유는?

답 : 세 가지이다. 첫째, 국제 정치와 경제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극동지역에 대한 첫 방문이라는 점, 둘째, 한국이 목적지이지만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대륙 전체를 만나러 간다는 점. 셋째, 청년들은 곧 미래라는 점에서 교황은 아시아 청년들을 만남으로써 아시아의 미래를 만나러 간다는 의미가 있다.

문 : 청년들과의 만남이 이번 순방의 핵심 중 하나인데, 고도의 경쟁 사회에서 교회와 멀어지는 청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

답 : 청년들은 곧 교회 생활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적극적, 참여적, 협동적이어야 하고 공동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교회는 젊은이들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같은 또래 젊은이들을 복음화하도록 불리웠다. 이것이 교황이 전할 메시지이다. 교황은 그들이 피상적인 가치에 매몰되지 않도록 촉구하고, 나아갈 길에 대한 물음과 두려움의 답을 예수에게서 발견하도록 촉구할 것이다.

문 : 한국 순교자들의 모범이 아시아 젊은이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답 : 124명의 순교자 중 사제는 단 한 명뿐이다. 나머지 123명은 가장 비천한 계층부터 최고 엘리트까지 온갖 계층의 평신도들이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특징이다. 평신도들이 바로 한국교회를 유지하고 신앙을 전한 주인공들이다. 이것이 바로 핵심적인 메시지이다. 평신도들은 복음을 선포하고 거룩해지도록 함께 노력하도록 불리웠다.

문 : 이번 순방은 민족 화해 미사로 마무리된다. 교황 방한이 남북 대화의 새 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는가?

답 : 그러기를 바라지만 쉽지는 않다. 분명히 한반도에는 여전히 긴장이 존재하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교황 방한은 여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소통을 위한 지속적 연대 노력을 해야 한다. 소통이 있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소통과 대화의 수단은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내셔널가톨릭리포터

“한국교회 갈라진 모습 드러내”

보수·진보 ‘다른 전망’에 관심

일부 외신들은 교황 일정을 둘러싸고 한국교회 안에 나타난 ‘전망’의 차이에 관심을 보였다.

진보적 매체인 ‘내셔널가톨릭리포터’(NCR)는 교황 방한을 기다리는 한국교회가 ‘생기가 넘치지만 갈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NCR은 12일자 보도에서 한국교회를 “최근 수십 년 동안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상당한 내적 분열을 안고 있다”며 한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외국인 선교사를 인용, “실제로 두 개의 교회, 즉 주교들의 교회와 진보적 소수의 교회가 있다”고 전했다.

NCR은 이러한 분열은 한국교회가 어떻게 사회와 관련되는지,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특히 지난 20년 동안의 급격한 사회적·경제적 변화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처지에 응답할 것인가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NCR은 이 기사에서, 분열의 모습은 곳곳에서 나타나는데, 두 가지 요인, 즉, 한국 주교단 내 보수적 성향의 증가와 진보적 활동가들의 왕성해진 의사 표현이 이러한 간극을 더욱 벌려놓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NCR은 이런 모습이 교황의 방한 일정을 둘러싸고 지난 수개월 동안 표면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가톨릭 활동가들은 교황 방한 일정에서 정의 구현에 대한 단호한 요청과 소외된 이들에 대한 봉사의 차원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하고 일정 변경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최악의 경우에는 불의한 현재 구조를 그대로 재확인해주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NCR은 전했다.

아시아 가톨릭 통신사인 유캔(Ucanews)은 1일자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유캔은 강 주교가 한국 천주교회 사제단 안에서의 ‘분열’에 대한 질문에, 분열의 문제가 아니라 (시각 또는) 전망의 문제, 즉 신앙을 실제 삶의 상황에 어떻게 적용하는가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시아뉴스

방한행사 불허한 중국 언급

“바티칸 향한 일종의 입장표현?”

아시아 지역 전문 통신사인 ‘아시아뉴스’(Asianews)는 교황 방한 첫날인 14일 보도를 통해, 중국 당국이 서울의 중국 사제들에게 교황 방한과 관련해 일종의 경고를 보내고, 아시아청년대회 참석 예정 청년들의 출국을 불허한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교황이 탄 비행기가 중국 영공을 지나가는 것은 허가했다.

아시아뉴스에 의하면, 원래 100여 명의 중국 참가단이 예정됐었는데 그 중 80명 가량의 출국이 허용되지 않았다. 특히 이들 중 40여 명은 지난 7월 교황청이 인정하지 않는 주교들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하기를 거부한 신학생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또 최소한 20여 명의 한국 거주 중국 사제들에게 교황 방한 관련 행사에 참석하면 귀국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일부 사제들은 교황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긴급 소환하기로 했다고 유캔은 전했다.

유캔 보도에 다르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위협은 해외 거주 중국 사제와 수도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한국의 중국인 공동체는 수십만 명에 달하고 그 중 가톨릭 신자는 5만여 명 정도로 추정된다. 서울과 인천에 집중돼 있는 이들 가톨릭 신자 중국인들은 대부분 자국 국적의 사제들이 신앙생활을 돌본다.

중국 정부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주의가 요청되는 사제들을 소환하고 이들이 교황과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건들을 부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교황 방한 전날 개막한 아시아 청년대회 개막식에서 중국 국기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시아뉴스는, 소식통에 따르면 100여 명 가량의 젊은이들이 간신히 한국에 도착했으며 이들은 주로 수도 베이징과 허베이성 지역에서 왔다고 보도했다.

아시아뉴스는 이러한 중국 정부의 조치를 교황청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로 평가하면서, 이에 대한 분석은 좀 더 시간을 두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뉴스는 동시에 현재로서 확실한 것은, 전근대가 아닌 현대 국가를 자처하는 중국 정부가 교황 비행기의 영공 통과를 거부할 수는 없었지만 지상에서는 계속적으로 종교적인 모니터링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교황 방한에 대한 소식을 한 줄도 전하지 않았고, 한 자선 디너쇼에 출연한 한국 여배우에 대한 소식만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고 아시아뉴스는 전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