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낮은 곳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4박5일 동안 한국에서 펼쳐졌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으로서 한국교회 양떼 들을 찾아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를 찾는 예의 그 발길을 한국 사회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줬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에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십니다… 그러므로 이제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우리 모두 기도 합시다”(18일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 중) 라고 말하며 한국 땅을 떠났다.

8월 14일 한국에 첫발을 디딤으로써 교회 신자들과 마주한 교황은 빈틈없이 짜여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사도적 메시지를 선포하고 124위 복자 탄생을 전 교회에 알렸다. 출국 비행기에서도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의 힘을 믿으라’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화해의 은총을 받아 이웃과 나누기 바란다’고 한글 트위터 메시지를 전하며, 한국 신자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교황은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또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밝히는 등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로 한국 여정을 시작했던 만큼 방한 기간 전체 일정 속에서도 가난하고 힘들고 아픈 이들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 한국 사회의 아픈 모습들을 마주하고 위로와 격려의 포옹을 나눴으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 상황에는 화합과 평화, 용서와 화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아시아 청년들에게 복음의 희망을 설파했다. 아울러 성직자 수도자들에게는 청빈한 삶에 대한 일침을 놓았고 평신도들에게는 고유의 소명 의식을 북돋우면서도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러한 교황의 움직임에 한국교회 신자들뿐 아니라 전 한국 사회가 환호했다. ‘교황 앓이’ ‘교황 신드롬’ ‘교황 영향’이라는 신조어 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 동안 공식 성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어휘는 ‘사랑’이라고 한다. 한 뉴스 통신사 분석에 따를 때 방한 중 공식 연설과 미사 강론 내용 중에서 ‘사랑’은 166회를 차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런 ‘사랑’의 실천을 우리에게 숙제로 남기고 떠난 듯하다.

한 사제가 인용했던 것처럼, 교황은 “나의 말과 행동이 뜻하는 상징을 먼저 실천해 보라”고 했다. 그 말이 뜻하듯 예수님이 그리스도인들에게 남기신 새 계명, 사랑 실천의 숙제는 우리에게 남겨졌다. 124위 복자를 새롭게 모신 만큼 신앙을 증거해야 할 몫도 커졌다.

4박5일 한국민들과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소를 마음속에 추억으로만 간직해서는 곤란하다. 당부대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정의 평화 사랑의 실천을 위해 힘쓰면서 진정한 세상의 빛 소금으로 살아갈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