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회 약자 보듬는 낮은 곳으로 행보 한국에 희망 밝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4-08-19 수정일 2014-08-19 발행일 2014-08-24 제 2909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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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용서·평화” 분열된 이 땅에 남긴 가르침… “이제 우리가 일어나 실천하겠습니다”
온 국민이 ‘아버지’의 넉넉한 사랑을 한껏 누린 시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 한국교회와 사회의 손을 잡고 넘치는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나아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 교회와 마주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누릴 수 있는 복음의 기쁨을 밝혔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14~18일 서울대교구와 대전·청주교구 관할 성지 등에서 4박5일간 이어졌다. 선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사목 방문한 자리였다. 교황은 방한 기간 중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고 124위 시복식을 거행하며, 전 세계인들이 아시아 교회를 향한 보편교회의 큰 관심과 사랑을 드러내고, 한국 교회 평신도들의 역량을 널리 알렸다.

특히 교황은 한국 땅에 발을 내디딘 첫 순간부터 기댈 곳 없는 이들부터 품에 안았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에게 먼저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고 그 목소리를 경청했다.

아시아 젊은이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며 그리스도가 주는 힘을 믿고 ‘일어나라’고 격려했다. 그리스도인들이 124위 한국 순교복자들의 모범을 따라 형제애적 연대를 실현할 것을 권하며, “막대한 부요 곁에서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를 직시하도록 불렀다. 단호하게 성직자들의 쇄신을 촉구하고, 아시아 교회가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과 대화로 복음을 증언할” 것을 당부했다. 한반도 분단의 아픔에 공감,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이며, 용서야말로 화해에 이르게 하는 문”이라고 강조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망을 불어넣으며, 교회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준 교황의 행보에 한국 신자들은 물론 국민 모두와 세계인들은 큰 호응을 보였다. 한국교회도 이러한 교황의 사목적 의지에 부응, 성장을 향해 달려온 모습을 겸허히 고백하고 위로와 격려를 요청했다.

주교회의 의장 겸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방한 일정이 끝난 직후 발표한 담화를 통해 “그분은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당신을 내어주려고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노구를 이끌고 다니셨다”며 “당신께서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지 보여주셨다”고 전했다. 또 “교종께서는 한국이 경제성장과 부를 경배하며 그 부가 제공하는 일시적인 편안함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를 거울에 비추어 보며 우리가 추구해야할 더 높은 가치를 찾아 나서라고 촉구하셨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강 주교는 “한반도의 평화는 먼저 우리 안에서 하느님을 닮은 모상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형제적 시선을 펼치는 데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라며 “교종 프란치스코의 이런 마음을 본받아 계층 간의 반목과 대립을 극복하고 연민과 존중의 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독려했다.

4박5일 내내 평상복 흰 수단, 20여 년째 걸고 있는 십자가 목걸이, 검정구두 차림에 낡은 가방을 직접 들고 다니던 소탈한 모습. 자신만을 위해 마련된 큰 의자는 한사코 사양하며 눈높이를 맞추며 마주서있던 겸손한 모습. ‘파파 프란치스코’를 부르는 소리에 언제 어디서든 멈춰서 양들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하고 응답하던 그의 행보는 우리 모두가 세상을 향해 “일어나 비추어”(이사 60,1) 나가는데 새로운 힘을 싣고 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