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데스크칼럼] 현대의 순교 / 이주연 편집부장

이주연 편집부장
입력일 2014-07-29 수정일 2014-07-29 발행일 2014-08-03 제 2906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순교’는 그리스도인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완성된 단계로 평가된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를 위해 하나뿐인 소중한 생명을 바침으로써, 그리스도의 진리성과 그리스도에 대한 자신의 진실성을 죽음으로써 증명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런 바탕에서 순교자들의 성성(聖性)과 품위를 본받고자 하는 열의와 공경하는 마음의 표현은 초기 교회 때부터 신자들 사이에 보편화 되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교회도 초창기에 혹독한 4대 박해를 견뎌냈다. 103위 성인들과 오는 16일 시복될 124위를 비롯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이 그 시기를 통해 순교의 칼을 받았다. 신앙 및 그에 따른 일체의 표현의 자유가 기본적 인권의 일부를 이루고 있고, 거의 모든 국가가 헌법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는 오늘날, 이같은 ‘피흘림’의 순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이라크 모술 지역 등에서 자행되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IS’의 조직적인 그리스도교 신자 공격은 현대의 순교 현장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이번 주 본지 외신면에서 보도하고 있듯, 이라크 모술 지역의 신자 탄압은 그리스도교 신자라는 이유로 살해, 재산 몰수 위협이 가해지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아멜 샤몬 노나 대주교는 이를 ‘종교 청소’ 라고 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 따르면 매년 그리스도교인 10만5000명이 종교분쟁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종교자유 특별조사위는 특히 중동 지역 국가들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는 이러한 중동에서의 그리스도교인 탄압이 ‘지난 700년간 최대 규모’라고 분석한다. 영국 런던의 시민사회연구소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중동지역 그리스도인의 절반 또는 3분의 2가 추방됐거나 죽음을 당했다고 했다. 이라크 경우, 1990년대 120만~140만 명에 달하던 그리스도교인들이 2003년에는 100만명으로, 최근에는 20만 명 미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성경의 중심지였던 중동지역에서 그리스도교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이같은 종교적 탄압, 특별히 중동지역 교회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로마 대 화재 시기에 숨을 거둔 초대교회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중동지역 종교 박해를 언급하며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박해가 과거 100년간 어느 때 보다 심한 상황이고, 초대교회 보다 더 많은 순교자가 있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우리로서는 바로 지척에 있는 북한의 종교 박해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종교 자유가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등에 따를 때 2013년 현재 종교 박해 사건은 1000여 건에 이른다. 피해자 다수가 공개처형을 당하고, 대부분은 수용소에 갇히는 처벌을 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 국제기독선교단체 ‘오픈도어스’는 2013년 보고서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박해하는 50개 국가 중 북한을 1위로 꼽았다. 기도와 함께 실천적 활동 지원에도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10여 일 후면 하느님의 종 124위가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으로 복자로 공식 선포된다. 이들은 예수님의 말씀 진리가 구원의 길임을 목숨 바쳐 증언했고 그 어떤 것에 앞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최우선시 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피의 순교는 요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대주의, 세속주의, 물질주의 속 가치관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순교’라는 관점에서 깊은 화두다.

이주연 편집부장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