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방주의 창] ‘뽀빠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기다리며 / 이준연 신부

이준연 신부(청주교구 가정사목국장)
입력일 2014-07-29 수정일 2014-07-29 발행일 2014-08-03 제 290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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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POPEYE”

“뽀빠이(Popeye)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한을 앞두고 청주교구가 교황님 사진전을 하면서 내세운 제목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교황님을 약한 자를 돕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지닌 만화 캐릭터 주인공인 뽀빠이로 설정한 것이 이채로우며 교황의 영문인 ‘Pope’와 눈의 의미와 관찰하고 주목하는 영문인 ‘Eye’를 합성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가가시는 ‘교황님을 주목하다’는 의미와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교황님의 인자한 눈’을 의미로 내세운 것은 더욱 창의적이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 권고문은 ‘복음의 기쁨’을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교황님은 예수님을 만나는 ‘복음의 기쁨’으로 ‘새로운 복음화’의 꿈을 함께 꿀 수 있도록 우리 모두를 초대하신다. 한 사람의 꿈은 그냥 꿈이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 지도자란 자신의 꿈을 모두의 꿈으로 공유시키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동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생각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으로 정착해 하나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게 하는 사람이다.

뽀빠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청주교구 사목방문을 하시면서 꽃동네에 있는 태아동산에서 생명을 위한 기도를 하신다고 한다. 태아동산이란 어떤 곳인가? 이곳은 지난 2000년 대희년 전국 가정대회 때, 당시 통계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힘없는 생명인 태아를 하루에 4000여 명 이상 부모로부터 버려지기 때문에 한 사람의 작은 생명이라도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세워진 곳이다. 이곳에서 교황님은 과연 무엇을 위해 기도하시려는 것일까? 아마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인 태아들을 위해 기도하시고 우리나라 국민들 안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에 대한 회개를 위해 기도 하시지 않을까?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문제의 원인은 단순한 일과성 사건이 아니다. 지난 세기부터 최근까지 우리가 인간생명 존중과 인간다움의 기본을 닦기 보다는 외형적이고 물량적인 성장에 급급해 왔던 결과이다. 우리의 경제성장과 물질적 번영은 우리의 정신적 빈곤과 심리적 불안정 그리고 문화적 생명력의 상실을 대가로 한 것이다. 특히 모자보건법을 통한 가족계획으로 출산을 억제하여 시행한 수많은 낙태는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왕따, 폭력, 자살 등의 반생명문화로 우리 사회에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세월호에 대한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촉구했다. 상처에 대한 치유와 앞으로의 예방은 실재를 분명하고 공정하게 밝혀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큰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들이야 말로 지금 우리사회에 가장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다시 우리의 시선이 뽀빠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로 향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사실 교황님 방한을 준비하면서 한국교회와 사회는 이미 많은 돈과 인력과 시간들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님의 한국 방한이 그저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만나는 ‘복음의 기쁨’으로 교회를 넘어 지역사회까지 ‘새로운 복음화’의 꿈을 함께 꿀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까지도 보호하는 인간 생명존중문화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인간 생명 존중문화는 작은 습관과 행동, 생각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의 생각이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고, 그것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반복되면 성격이 되고, 결국 문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 생명 존중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신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많은 어려움들 속에서 ‘복음의 기쁨’으로 초대하시는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하여 작은 것부터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는 생각과 습관들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준연 신부(청주교구 가정사목국장)